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한국 언론의 현 주소는 암담했다. 기자들은 ‘언론의 역할과 기능 수행’ 평가에서 5점 만점에 2.8점을 줬다. 이는 보통(3점) 이하 수준이다. 보도 공정성 평가에서는 ‘전혀 공정하지 않다’와 ‘별로 공정하지 않다’ 응답의 합이 47.8%로 나타났다. 언론자유를 묻는 질문에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답은 35.8%, 자유롭다는 답은 32.7%를 기록했다. 언론자유 척도평가는 지상파 3사가 2.6으로 가장 낮았으며, 지역방송이 3.2로 가장 높았다.
기자들은 언론의 신뢰도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편향적 보도’(50.1%)를 꼽았다. ‘권력에 대한 감시 및 비판 소홀’(19.8%), ‘회사 이익만 생각하는 자사이기주의’(12.3%), ‘선정주의적 보도’(10.5%)가 뒤를 이었다. 선정적 보도 문제를 높게 지적한 곳은 경제신문(21.8%)과 인터넷 언론(17.5%)이었으며, 편향적 보도에 대한 지적은 종합일간지 및 통신(56.1%)에서, 권력 비판 소홀에 대한 평가는 지상파3사(37.8%)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요인을 꼽는 문항(총 3가지 선택)에서는 광고주라는 응답이 65.3%로 가장 많았고, 정부와 정치권력(65.2%)이 1위와 다름없는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사장·사주(48.8%), 보도국 간부(41.5%)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정부와 정치권력을 언론자유 제약 요인으로 지목한 비율이 대폭 높아진 점에 눈에 띄었다. 해당 수치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34.3%, 2007년 23.3%를 기록했으나 이명박 정부 임기인 2009년 56.7%로 오른 뒤 이번에 65.2%로 상승했다. 매체별로는 지상파 3사의 응답비율이 83.9%로 제일 높았다.
이는 현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반복된 논란이었던 ‘언론장악’이 기자들, 특히 KBS, MBC 등 지상파 기자들에게 체감으로 다가왔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 결과를 분석한 배정근 숙명여대 교수(정보방송학과)는 “지상파 3사 기자들이 자사가 언론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권력에 취약하며 내부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불만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KBS·MBC의 경우 공정방송파업 과정에서 설문이 이뤄져 이 같은 불만이 더 명확히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언론인으로서의 직업만족도는 100점으로 환산을 때 63점을 기록했다. 1993년부터 조사된 언론인의 직업만족도는 1997년 54점으로 가장 낮았고, 2003년에 68점으로 가장 높았다. 기자 생활이 힘든 이유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취재환경 변화에 따른 업무량 증가 △자기 계발 시간 부족 △개인 신념과 회사 편집 방향의 불일치가 순서대로 꼽혔다. 기자들이 느끼는 체감 정년은 평균 53.7세였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기자들은 남성이 77.1%, 여성이 22.9%를 기록했다. 평균 연령은 40.6세였고 평균 경력은 14.1년이었다. 진급하기까지 국장은 평균 22.1년, 부장은 18년, 차장은 15.1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전공은 어문학(22.8%), 신문방송학(19.7%), 사회학/사학(13.9%) 순이었다. 기자의 직업의식조사는 1989년 이후 2년마다 실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