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7>의 흥행은 역설적으로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플랫폼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케이블은 이미
지상파 몰락의 징조를 제일 먼저 느낀 건 지상파 PD들이었다. 대표적으로 KBS 예능‧드라마PD였다. <개그콘서트>의 김석현 PD, <1박 2일>의 이명한 PD, <남자의 자격> 신원호 PD, <추노>의 곽정환 PD, <성균관 스캔들> 김원석 PD가 지난해 KBS를 떠나 CJ로 옮겼다. 웬만큼 제작하면 시청률 10%를 넘기는 KBS를 두고, 시청률 1%도 안 나오는 케이블 방송사로 이적한 것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 여론을 형성하는 적극적인 젊은 시청층을 확보하고 창발성을 마음껏 발휘해 미래에도 살아남겠다는 심리가 작용했다.
이제 인터넷 접근성이 높은 이들이 주류 시청층이다. 생활의 변화로 본방 사수가 어려워진 이들은 인터넷 다시보기나 스마트폰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할 것이다. 약 10년 후면, KBS는 50~60대만을 위한 방송이 될지도 모른다. 현재의 시청률 집계 방식이 실제 인기나 영향력을 반영하지 못하는 시점이 올 것이다. 새로운 시청률 집계 방식이 등장한다면, 수년간 젊은 층을 공략해온 케이블, CJ E&M이 선두에 설 것이다. KBS 출신 신원호 PD가 연출한 <응답하라 1997>의 성공은 지상파 PD들의 이탈을 가속화 시킬 수도 있다.
20~30대는 더 이상 TV 앞에 앉아있지 않는다. 심지어 올림픽 실시간 중계마저 스마트폰으로 본다. 그래야 방송을 보며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KT와 LG 유플러스, 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에게 자체제작 프로그램의 전국 방송이 가능한 직접사용채널 허가권을 내주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만약 이들 통신자본이 방송 플랫폼을 갖게 된다면 향후 몇 년 뒤 이들이 갖게 될 파괴력은 지상파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지상파는 올드미디어로서 여러 플랫폼 중 하나로 추락할 것이다.
때문에 지상파 역시 콘텐츠에 집중하며 온라인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지상파는 현재 충성도를 보이고 있는 중장년층을 외면할 수 없으며, 당장의 광고수익을 무시하며 모험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지상파들이 POOQ과 같은 방식으로 유료모델을 갖고 가려 하고 있으나, 대안으로 보기엔 스케일이 작다. 플랫폼 다양화에 따른 전략을 기존의 채널전략과 병행해야 하는 게 쉽지는 않아보인다. 언젠가 김태호 PD가 MBC를 떠나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는 연출자 신분을 갖게 될 때 지상파는 상징적인 안녕을 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