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여야 경선이 ‘흥행 실패’로 어려움에 놓였다. 새누리당은 오는 20일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를 확정하지만 이미 박근혜 의원으로 후보결정이 난 분위기라 힘이 빠진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달 30일 본선후보 5명을 뽑아 오는 9월까지 이어질 경선을 준비 중이지만 야당지지자들의 시선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쏠려 있어 힘이 빠진다.

정치부 기자들은 경선흥행실패의 원인으로 박근혜·안철수를 꼽았다. 익명을 요구한 중앙일보의 한 정치부 기자는 “2007년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후보가 치열하게 붙었던 때를 떠올리면 새누리당은 현재 워낙 다른 후보들이 박근혜와 차이가 많이 난다”고 지적한 뒤 “민주당은 당내 후보가 안철수를 못 따라가니까 2부 리그 같다”고 평했다. 이는 ‘박근혜 대세’와 ‘안철수 대세’가 여야 경선을 시시하게 만들었다는 분석과 맥을 같이한다.

구혜영 경향신문 정치부 기자는 “야당의 경우 안철수라는 상수가 버티고 있어서 민주당 경선이 대선후보를 뽑는다는 의미보다 준 플레이오프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어 경선 흥행이 일어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구혜영 기자는 이어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세론이 몇 년째 지속되다 보니 대세론을 꺾을 후보도 없고 드라마도 없다”고 지적한 뒤 “박근혜 측은 경선 흥행보다 대세론 유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숙이 시사IN 정치팀장은 “날도 덥고 올림픽 영향도 있겠지만 여당은 박근혜 대세론으로 이변이 없을 것 같고, 민주당은 바깥에 지지율 높은 대안이 있는 것으로 보이니 당내 경선에 힘이 쏠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눌렀던 극적인 민주당 경선, 2007년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후보의 오차범위 내 초 접전이 낳은 한나라당 경선의 흥행은 대세론이 없고 장외후보가 없었기에 가능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새누리당은 경선결과의 불확실성이 있어야 관심을 끄는데 결과가 너무나 확실해서 흥행의 기본 조건자체가 충족이 안 된다”며 “굳이 경선이라는 후보선출 작업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라 진단했다. 윤희웅 실장은 이어 민주당 경선을 “팥 없는 빵”에 비유하며 “대중의 관심이 장외의 안철수에 가있는데 그를 제외하고 경선을 하니 야권 최종후보 선출이 아닌 점에서 맛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경선 흥행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해답 역시 일차적으로는 박근혜와 안철수가 쥐고 있다. 구혜영 서울신문 기자는 “일단 안철수 원장이 민주당에 결합해야 흥행을 담보할 수 있다”고 예측한 뒤 “이왕이면 본 경선이 시작되기 전인 8월에 (안철수가) 대권출마선언을 해줘야 야권 전체 파이도 커지고 경선도 불이 붙을 것”이라 전망했다.

반면 이숙이 시사IN 정치팀장은 “출마선언 시점을 정해놓은 것 같진 않지만 당 밖에 있는 안철수 원장도 9월 말쯤에는 행동에 나설 것이다.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기 전에 출마선언을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힌 뒤 “아마 (안 원장은) 분야별 생각을 가다듬고 추석민심까지 보고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새누리당의 경우도 아직 돌발 변수가 많다. 최근에 터진 공천헌금파문이 그 예다. 구혜영 기자는 “공천헌금 같은 파문이 계속 일어나면 곧바로 박근혜 회의론과 한계론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1위가 예상되는 문재인 후보에 맞서 2위주자인 손학규·김두관 후보가 얼마나 치고 올라가는지가 흥행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유권자들도 아직까지는 대선열기가 없다. 아마 9월은 돼야 대선후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선거열기도 달아오를 것”이라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9월 15일 국민경선을 마감하며, 경선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50% 미만일 경우에는 1·2위 후보자 간 결선투표로 최총 후보자를 선정한다. 결선투표 결과는 추석 전 주인 9월 23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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