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주장하는 재벌개혁에 대해 새누리당이 '안 원장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며 연일 의혹 제기에 나서고 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의혹 검증보다는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세우며 초점을 돌리고 있다.

우선 제기된 의혹을 살펴보면 첫 번째는 '재벌 회장 구명' 건이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안 원장이 (안철수연구소의 무선 보안 관계사인) '아이에이시큐리티'를 만들 때 최 회장이 지분 30%를 냈다"며 "안 원장이 이 회사 대표이사를 그만두자마자 (최 회장을 위한) 탄원서를 냈다"고 했다. 안 원장이 탄원서를 냈을 당시엔 대표 이사직을 그만뒀지만 지분 투자 상태를 고려해 구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논란이 불거지자 안 원장은 30일 이메일올 통해 "당시에도 부담을 느꼈고, 내내 그 일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생각해왔다"며 "인정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두 번째는 안 원장이 2001년 자회사인 자무스를 통해 브이소사이어티가 자본금 1000억 원 규모의 인터넷 전문은행 '브이뱅크' 설립을 추진하는데 일조했다는 의혹이다. 재벌의 은행 소유를 금지하는 금산분리를 주장하는 안 원장이 정작 이 원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안철수 원장 측의 대변인 격인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안철수 연구소의 자회사인 자무스가 (브이뱅크 사업에) 3000만 원을 투자했을 뿐이지, 안 원장이 직접 이 사업에 동참했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그밖에 안 원장이 국민은행 사외이사를 사임한 직후 안철수연구소가 참여한 KLS 컨소시엄이 해당 은행이 주관한 온라인 복권(현 로또사업) 사업을 수주한 것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포스코 사외이사를 하던 시절 포스코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모두 안 원장의 재벌개혁 주장과 너무나 다른 '과거'라는 지적이다.

안 원장의 행적에 대해서는 진보 진영 인사들의 평가도 사안마다 다소 엇갈린다. 홍현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원은 3일 통화에서 "브이뱅크 설립이 추진됐던 2001년은 벤처 업계의 자금난이 상당히 심했다. 안 원장 입장에서는 브이뱅크 추진을 통해 벤처 시장을 살려야겠다는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바라봤다. 이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금지하는 것이 금산분리"라며 "브이뱅크의 경우 개인, 벤처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산분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연구원은 "IMF 이후에는 지나치게 관치가 심했고 민간 영역이 더 낫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고 2008년까지는 레이건노믹스에 경도돼 있었다"며 "이런 시대상황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회장의 구명 건에 대해서는 "안철수 그 자신이 거물이 되면서 거물들과 다니다 보니 휩쓸린 부분이 있다"며 "실망스러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사안에 대해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잘한 일을 한 것도 아니다"고 평가했다. 전 교수는 "브이뱅크가 더 문제"라며 "그 당시 금산분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지금 말하는 금산분리는 옛날부터 품어온 신념이라기보다는 공부를 통해 깨친 결론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안 교수가 지난해부터 기업 생태계를 많이 거론했는데 이는 벤처기업을 운영하면서 경험한 '룰 없는 세상에서 강자가 제멋대로 행동하면 약자가 살아남기 어렵다'는 결론에서 도출된 것"이라며 "나머지는 머리속으로 이해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안 원장의 한계를 지적했다.

최 회장 구명 건에 대해서는 "인간적인 정과 원칙 간의 갈등 속에서 정에 흘러버리고 만 것"이라고 큰 문제로 보지 않았다.

종합해보면 안 원장을 둘러싼 공세로 인해 '안 원장이 재벌개혁에 의지가 없다'라고 단정내릴 수 없지만 재벌개혁이라는 기준에서 봤을 때 부적절한 행위였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꽤 다분하다. 
 

하지만 진보 언론으로 분류되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안 원장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안 원장에 대한 의혹 검증에 집중하기 보다는 새누리당의 '공격'과 박 전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부각시키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2일 6면에 <"안철수 기 꺾을 필요 있다"…'검증 공세'로 전환한 새누리당>과 <안철수 자회사, 2001년 대기업과 인터넷은행 설립 참여>를 동시에 실어 균형을 맞추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3일자 9면에는 <안철수 "검증은 사랑의 매">와 <야당 "박근혜, 안철수 비판 자격 없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대선주자급 인사가 자신에게 향한 의혹에 대해 직적 해명하기 보다는 "'사랑의 매'로 생각하겠다" , "잘못이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해명할 게 있다면 당당하게 밝히겠다는 이야기" 등 두루뭉술하게 돌려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경향신문은 이런 지적은 하지 않았다. 

또한 안 원장의 의혹과는 상관관계가 없는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적극적으로 전했다. 일종의 '본질 흐리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한겨레도 최 회장의 구명 의혹을 1일자 4면 <새누리 "안철수 공격, 2탄 3탄 더 있다">라는 제목으로 전했다. 안 원장에 관한 의혹보다는 새누리당의 공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3일자 6면 기사 <새누리 "안철수 언행불일치" 공세…박근혜에 득보다 독?>에서 "이런 식의 공세는 역공을 당할 가능성을 키우는 모순이 있다"며 "안 원장에게 들이대는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잣대를,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에게도 갖다 댈 수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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