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에서 문재인 후보 대세론이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김두관 후보와 손학규 후보 간의 혼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 소속 재야 출신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대선 후보지지 투표에서 손학규 후보가 1위를 차지해 이목을 끌었다. 당초 김두관 후보가 민평련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 데 이어, 지난달 말 두 차례 대선후보 토론회를 거치면서 민주당 안팎에서는 문 후보가 민평련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예상과 달리 손 후보가 선전한 것이다.

민평련은 지난해 말 타계한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민주화운동에서 맺어진 인연을 중심으로 한 모임으로, 민주통합당 내 독자세력 중 상징성과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민평련의 지지를 얻는 후보로서는 큰 지원군을 얻게 되며,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민평련 회원은 600여명에 이르며, 이중 22명의 현역 의원도 속해있다.

지난 31일 민평련 전국운영위원 비공개회의에서 대선지지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투표 결과 손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1표 차로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59명의 운영위원 중 53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표결은 문재인·손학규·김두관·정세균 후보를 놓고 지지후보를 한 명씩 적어내 참석자 최하위 득표자를 한 명씩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두관 후보는 정세균 후보에 이어 두 번째로 탈락했다. 김두관 후보는 상대적으로 정책과 비전 제시 측면에서 기대만큼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손 후보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를 안고도 1위를 한 것에 대해 손 후보의 준비된 ‘콘텐츠’가 결정적이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민평련 회장인 최규성 의원은 “손 후보가 많은 표가 나온 것은 우리가 초청해 토론을 했을 당시 가장 준비가 잘 돼있고, 깊이 있는 후보라는 평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평련 관계자들은 지지후보 결정을 위한 3차례의 모임에서 손학규 후보의 콘텐츠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전언이다. 한 민평련 관계자는 "대선주자 초청토론회에서 손학규 후보가 제시한 비전 등은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이었다"며 "일목요연하면서도 잘 정리된 콘텐츠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서 손 후보에 있어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나, 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평련 소속 신계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1일 아침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일반 여론을 감안해 문재인 고문이 민평련 지지 1위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의외로 손 고문이 1위가 됐다"며 대선 변수 여부에 대해서는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다만 손학규 후보의 상징성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한편 손 후보가 김 전 고문이나 민평련 회원들과 다른 정치노선을 걸었던 이력이 큰 결점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은 손 후보에게 있어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서 ‘주홍글씨’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손 후보는 김 전 고문과 대학시절부터 민주화운동을 함께 한 ‘동지’이자 친구 사이로, 경기고-서울대 동기이기도 하다. 다만 손 후보와 김 전 고문의 정치 행보는 1993년 이후 다른 길을 걸었다. 손 고문은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만든 민자당에 입당하면서 정치를 시작했으며, 199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민주당에 합류했다.

이에 대해 최규성 의원은 1일 “(손 후보는) 우리와 재야 운동을 아주 강하게 했었다. 유신 반대 운동, 대학 시절에는 민주화 운동 등 우리들은 재야 운동의 한 동지로 손 후보를 보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들이 정신적인 관계에서 벽은 없다”고 밝혔다. 대표적 ‘GT계’ 의원으로 알려진 이인영 의원은 “손학규 후보가 신한국당(현 새누리당)에 다녀온 것에 대해 마음이 풀어지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민주당 대표를 두 번 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통합도 해낸 점 등으로 마음이 풀어진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손 후보는 지난 7월 3일 민평련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손학규가 한나라당에 간 것에 대해선 (김근태 전 고문은) 못내, 아마 용서를 안 했을지도 모른다”며 “김근태 의장이 ‘손학규는 좋은 사람인데…’라며 뒷말을 잊지 못하고 돌아간 것에 대해 (출마로) 답하고자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투표에서 당초 예상을 깨고 손 후보가 1위에 오른 데는 인재근 최규성 이인영 의원 등 김근태 직계 의원 ‘3인방’의 지지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민평련의 한 관계자는 "두 차례 토론과정에서 10여명이 선호하는 후보를 말하지 않았다"며 "손 후보가 막판에 역전을 한 배경에는 그동안 입을 열지 않았던 인재근 여사 등이 손 후보를 밀었을 가능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인영 의원은 “오보다. 손 후보가 1위를 한 것은 표결 방식에서 온 마술이라는 편이 더 정확하다”며 “탈락한 후보들의 표가 얹혀 지면서 그처럼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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