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가 대승적 결단을 내리고 업무에 복귀한 지 2주가 지났지만 MBC는 복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몸살을 앓고 있다. 파업 조합원에 대한 보복인사와 징계로 가뜩이나 프로그램 제작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PD수첩 작가들마저 무더기로 해고하는 김재철 사장의 몰상식과 파렴치한 행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막장 인사와 징계는 바로 런던올림픽 중계방송의 난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상파 3사 중에서 유독 MBC의 방송진행이 삐꺽 거리고, 부적절한 인터뷰와 뉴스조작 등 총체적 부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MB의 아바타, 대통령 기쁨조, 집나간 사장, 심지어는 사기꾼 등 온갖 수치스런 별칭을 달고 다녔던 공영방송 사장 김재철의 말과 행동은 일반 보통 사람들의 도덕적 인식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 지금까지 그가 했던 빈말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는 2010년 취임 초에 ‘큰집 조인트’ 발언과 ‘MBC내 좌파 80% 척결’ 발언을 한 김우룡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해놓고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그 후 황희만 부사장 경질을 비롯한 노조와의 합의를 헌신짝처럼 내던져 노조의 공분을 일으켰고, 지난해 2011년에는 느닷없이 사표를 던졌다가 “진의가 아니었다”며 슬그머니 거둬드리는 등 신뢰할 수 없는 말과 경박스런 행동으로 빈축을 샀다. 최근에는 지인 정모 여인과의 호텔 투숙 문제로 정모 여인의 남편과 불륜의혹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다가 엊그제 느닷없이 여름휴가를 가버렸다.

김재철 사장은 2년여의 임기 동안 MBC를 철저하게 망가뜨렸다. 사원들을 무더기로 징계하고 권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은 폐지하고 비판적 연예인들은 출연을 정지시켰다. 휴일 호텔 이용, 여성전용피부 관리, 수백만 원에 달하는 면세점 물품 구입 등 법인카드를 상습적으로 개인용도로 이용했다. 간부 사원들에게는 보직수당 인상, 해외연수, 주치의제도까지 동원해 일반 사원들과의 위화감을 조성했다. 그 결과 시청률은 바닥을 헤매고 있고, 조직은 분열과 갈등으로 끓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는 김재철 사장 자신도 문제지만 이를 비호하고 감싸준 방문진과 방통위, 그 위의 권좌에 앉아 있는 MB정권,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보다는 대선국면의 정치적 계산에 여념이 없는 여당 책임도 작지 않다.

방문진은 87년 민주화 이후 MBC노조가 파업을 불사한 치열한 투쟁으로 일구어낸 결과물이다. 그것은 전두환 군부독재정권 치하에서 저질러졌던 방송의 패악에 대한 방송노동자들의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정방송을 위해 그 어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도 독립적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엄혹한 시절에 노조와 여야 정치권의 합의로 만들어진 기구가 방문진이다. 그 설립취지는 방문진법 제 1조에서 방문진은 MBC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의 진흥과 공공복지 향상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적시한데서도 잘 나타난다.

우리는 8기 방문진이 이러한 목적을 위해 3년 임기 동안 무엇을 했는지, 아니 김재철이 그 목적에 거스르는 해악을 저지르는 동안 어떻게 일조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MBC 노조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170일 파업을 하는 동안 방문진은 “노사의 문제”라며 뒷짐 지고 바라볼 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재우 이사장을 비롯한 여당 추천 이사들의 재 추천이 확실시되고 있다. MBC를 망가뜨린 공범자들이 무슨 염치로 재 응모를 하며 무슨 명분으로 그들을 재 선임한다는 것인지, 파렴치의 극치요 국민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김재철은 방문진의 출석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법인카드 내역을 제출하라는 요구에도 감사결과로 보고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3월부터 7월말까지 4개월 넘게 벌였던 감사는 김재철의 비리를 정당화시키는 결과만을 도출했다.

총체적 비리로 더 이상 사장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정도로 도덕적 파탄에 이른 김재철이 최근 한 보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영방송의 관행을 끊어야 한다”며 “MBC 새 역사의 초석이 되고 싶다”는 막말을 하는데서는 형언하기 어려운 광기마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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