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의 95일 파업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현석 KBS 새노조위원장을 해고하는 등 조합 집행부와 KBS 기자협회 전직간부 등에게 무더기 중징계를 내렸다. KBS는 지난 24일 열린 새노조 파업 특별인사위원회를 열어 김현석 위원장을 해고하고 홍기호 부위원장 정직 6개월, 황동진 기자협회장 정직 4개월, 윤성도 정책실장 정직 3개월 등 18명에게 중징계를 통보했다.

이번 징계를 두고 언론계에서는 95일 파업 이후 김인규 KBS 사장이 구성원과의 공정보도 합의를 내팽개친 것으로 보고 있다. 언론연대는 31일 성명에서 “공영방송 장악을 연장하려는 정치권력과 이에 기생하여 호가호위하려는 KBS 구악들의 패악이 또 시작된 것”이라며 사측을 비판했다.

김현석 KBS 새노조위원장은 ‘구악의 패악’으로 두 번째 해고를 당했다. 그는 2008년 정연주 전 KBS사장의 불법 해임에 항의하며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대변인을 맡았다는 이유로 2009년 초 이미 해고통보를 받은바 있다. 당시 재심 끝에 정직결정이 내려져 해고를 면했지만, 노조위원장을 맡으며 두 번째 해고를 맞게 됐다.

김현석 위원장은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첫 번째 해고 때는 충격을 받았지만 지금은 별로 충격이 없을 정도로 징계가 너무 일상화됐다”며 심경을 털어놨다. 김현석 위원장은 “MBC 동지들 중에는 해고 확정판결까지 받은 이들이 너무 많아서 통보만으로는 크게 충격이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 징계에 무뎌진 모습이 스스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KBS새노조는 31일 낮 대량징계 규탄대회를 갖고 “이번 징계는 파업 중단 당시 사측이 약속한 노사합의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공정방속 복원을 위한 새노조의 정당한 파업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김현석 위원장 역시 “파업 이후 노사가 대선방송을 잘 치러보자며 합의했는데 이런 식의 대량징계는 사측이 파업에 대한 잘못된 평가를 내린 데서 비롯된 단죄”라고 비판했다.

김현석 위원장은 이어 “현 정권의 뻔뻔하고 노골적인 언론 탄압이 일상화되며 언론인의 해고가 충격을 주지 않을 정도지만 계속 싸워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새노조 조합원들이 업무복귀 이후 시사보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9시뉴스 아이템 하나를 두고 치열하게 논의하며 내부에서 계속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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