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구독료를 인상했다. 이 신문들의 독자는 이제 월 1만8000원을 낸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지만 원가 압박 때문에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2008년만 해도 ‘촛불’ 신규 독자가 힘이 됐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타 신문사들은 구독료를 올리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지국에서는 신규 독자를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인상 논의 당시 내부에서는 갑론을박이 있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구독료 인상 외에도 ‘콘텐츠 유료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지면 독자 이외에도 PC, 태블릿PC, 스마트폰 유료모델을 개발했거나 이를 추진 중이다. 한겨레는 지난해 ‘한겨레 가판대’ 앱(Application)을 선보였고, 경향도 지난해 한겨레 가판대 모델과 비슷한 앱 ‘뉴스진’을 통해 콘텐츠 유료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구독료 인상 이후를 돌아보고 콘텐츠 유료화 모델 시도 성과를 살펴봤다.

▷찍을수록 손해인데 계속 판촉경쟁 해야하나= “신문은 찍을수록 손해”라는 말은 1990년대부터 나왔다. 광고주의 시선은 뉴미디어로 쏠렸고, 종이·잉크 등 재료비는 꾸준히 상승했다. 신문사들과 그 지국들은 떨어지는 부수를 메꾸기 위해 ‘판촉’을 강화했다. 경제·스포츠지 끼워주기부터 자전거, 현금 제공은 독자 유치 경쟁의 결과다.

그럼에도 부수는 계속 떨어졌고, 신문산업은 ‘사양산업’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일간지 관계자는 “업계 평균 매월 2~4%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판촉 경쟁으로 독자 이동만 늘었다”며 “판촉 독자의 80% 이상이 1~2년마다 경품을 타기 위해 신문을 바꿔 보고 있다”고 전했다.

비록 구독료 인상이 부수감소로 이어지지만 그렇다고 인상하지 않는다면 ‘신문의 위기’만 심화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신문사들은 2000년대 초반과 후반, 두 차례 구독료를 올렸다. 2012년 7월 현재 대부분 일간지의 월 구독료는 1만5000원이고 한겨레와 경향신문, 두 곳만 1만8000원이다.

▷한겨레·경향의 구독료 인상 이후= 만 3개월. 구독료 인상은 이들 신문 부수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자타공인 이 신문들에는 충성도 높은 독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향신문 판매관리부와 한겨레 독자서비스국,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들 신문의 부수는 5~6월에는 6~10% 줄었다. 그러다 7월 말 현재 예년의 추세를 되찾았다. 3개월 만에 구독중지율이 인상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선방했다’는 내부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겨레 독자서비스국에 따르면 인상 초기 부수 감소율은 6% 안팎까지 급감했다. 이광재 독자서비스국장은 3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5, 6월은 많이 힘들었다”면서 “다른 신문사들이 계속 (구독료 인상을) 따라오지 않는다면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국장은 “그러다 6월 중순부터 자동이체 독자들이 많이 늘었다”면서 “7월 들어 구독중지율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겨레는 독자들의 충성도가 높고, 자동이체 독자들이 전체 3분의 1 수준으로 많아 부수 회복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에 따르면 인상 전 부수감소율은 월 3% 정도.

이광재 국장은 "신문 판촉은 본사와 지국의 ‘제 살 깎아먹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의 경우 본사 생산 부수가 전체의 절반 전후라며 앞으로도 본사 마케팅을 통해 지국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라고 그는 밝혔다.

경향신문의 사정도 비슷하다. 최영환 판매관리부장은 “구독중지는 예년과 차이가 없다”며 “차이가 있다면 ‘스마일경향’으로 들어오는 구독신청이 인상 전 10부였다면 이제 9부 정도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최 부장은 이어 “법인과 개인 부수는 유지되고 있다”면서 “지국별로 사정이 다르겠지만 상가의 경우 3~6개월 구독료 인상분을 유예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정은 한겨레도 마찬가지다.

최 부장은 “가격 인상 때문에 부수가 준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 “경제가 불황인데다 전반적으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기 때문에 신문시장의 침체가 주요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독료 인상이 신문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장기적인 처방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겨레 이광재 국장은 유료화 모델을 찾지 않는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지면이 광고주 소유가 되는 ‘악순환’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바이스 확대, 콘텐츠 유료화가 해답?= 한겨레와 경향이 선택한 방법은 ‘콘텐츠 유료화’다. 이들은 태블릿PC 등 콘텐츠를 유통하는 디바이스를 확장하면서 ‘콘텐츠 유료화’에 나서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해 9월 한겨레의 일간지와 주간지, 단행본의 PDF 서비스를 ‘한겨레 가판대’로 선보였다. 경향도 지난해 10월 아이폰·패드 앱을 내놨고, 지난달 한겨레 모델과 비슷한 ‘뉴스진’을 런칭했다.

박용태 한겨레 독자서비스국 마케팅 팀장에 따르면 7월 30일 기준 애플스토어의 ‘가판대’ 다운로드 누적 횟수는 26만이 넘었고, 이중 90% 이상이 ‘업데이트’를 한다. 한겨레는 현재 정기구독자에게 가판대 PDF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더라도 3만3천 건 이상이 ‘결제’됐다. 특히 일간지 유료서비스의 경우 (누적) 1만7천 건이 넘는다고 박 팀장은 전했다.

경향신문도 지난 1달 동안 뉴스진이 매출 1~4위를 기록할 만큼 이용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문현정 경향신문 미디어사업팀장은 “아이패드의 경우 이용자 확장이 어렵지만 5000건을 넘은지 오래”라면서 “매출과 독자 반응 모두 ‘실속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팀장은 “한국은 외국에 비해 ‘뉴스 유료화’에 폐쇄적이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면서 “스마트 플랫폼 초기 독자가 흥미로 지갑을 열었지만 여전히 콘텐츠 유료화에 박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신문독자 유지만을 위해 (앱 등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계속 ‘신문독자-앱 무료이용’ 정책을 유지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문독자를 유지하려다 콘텐츠 유료화에 실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언론이 뉴스 콘텐츠 유료화 모델을 더 고민하고 개발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한겨레는 8월 중 안드로이드를 포함해 ‘가판대’ 정식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경향신문은 월 2000원인 스마트폰 지면보기 서비스 중단을 논의하고 유료화 모델의 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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