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최고의결기구인 KBS 이사회를 구성할 이사진들이 또다시 대다수의 친여·친정부편향 인사로 구성돼 ‘도로 이명박 방송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MBC 노조와 KBS 새노조·노조에서 반대했던 인사들이 각각 방문진 이사장, KBS 이사장으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돼 방송가가 다시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는 27일 전체회의에서 방문진 이사 9명, KBS 이사 11명의 명단을 확정했다. MBC 방문진 이사 11명의 경우 여권 추천 인사로 김재우 현 이사장(청와대 추천)을 포함해 김광동 이사, 차기환 이사 등 현 방문진 이사를 포함해 김충일 언론중재위원과 김용철 전 MBC 부사장, 박천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등 6명과, 야권 추천 이사로 최강욱 변호사와 권미혁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선동규 전 전주 MBC 사장이 선임됐다. 방통위는 방문진 감사로 고영주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을 선임했다.

또한 KBS 이사 11명의 경우 여당 추천 몫으로 이길영 현 KBS 감사, 이병혜 전 KBS 아나운서, 양성수 전 KBS 아트비전 사장(KBS PD출신), 임정규 전 KBS 기술본부장, 한진만 강원대 신방과 교수, 이상인 변호사, 최양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등 7명과 야당 추천 몫으로는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 김주언 전 기자협회장, 이규환 전 KBS 정책기획센터장(KBS PD),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등 4명이 선임됐다.

이번에 선임된 인사들 가운데 김재우 현 방문진 이사장과 이길영 KBS 감사의 경우 방문진 이사장과 KBS 이사장으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 이사장을 비롯해 기존 방문진 이사 3명이 선임된 것은 파업 사태 내내 김재철 사장을 두둔했다는 점에서 차기 방문진 역시 김 사장을 교체할 뜻이 없다는 여권의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KBS의 경우에도 비리전력자에 5공 인사 출신인 이길영 감사를 이사장으로 앉힐 뿐 아니라 이명박 캠프에 있던 인사(양성수 전 KBS 아트비전 사장)마저 포함시켜 KBS의 친정부 편향성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밝혔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KBS MBC가 도로 MB 방송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청와대가 공정방송 정상화 요구라는 국민 여론을 무시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MBC 노조는 명단 발표 직후 성명서를 내어 9기 방문진 이사로 선임된 현 방문진 이사들에 대해 “김재철의 초법적이고 불법적인 행태와 구성원들에 대한 악랄한 탄압을 비호하는 방패막이 역할에만 충실하며, 김재철로부터 떡고물을 챙기는 데만 급급해, 스스로 대주주로서의 존재이유를 부정해왔다”며 “그런데도 청와대는 이들을 또 다시 방문진 이사로 임명한 것은 청와대의 불통이 도대체 어느 수준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성토했다.

KBS 새노조도 성명을 통해 "온갖 추문과 부정에 휘싸였던 자가 이길영 아닌가.전두환 정권때 보도국장, 노태우 정권때 보도본부장을 역임하며 땡전뉴스를 만들어낸 구악중의 구악이다. 이미 언론계에서 퇴출됐어야할 인물"이라며 "방통위는 이런 인사를 KBS 이사에 앉히려고 청와대에 추천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비난했다.

KBS 새노조는 이길영 감사의 비리에 대해서도 "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 원장으로 재직중일 때 친구 아들을 부당한 방법으로 채용했고 이로 인해 감사원 감사시 적발돼 감봉3개월의 중징계도 받은 인물"이라며 "이길영에 대한 온갖 의혹과 비행은 끝이 없다. 입이 아플 정도"라고 지적했다.

남철우 KBS 새노조 홍보국장은 “KBS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 구성 면면이 정치적 배경을 안고 들어오던 행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며 “친여인사로 분류될 만한 7명의 이사들이 추천된 배경이 정치편향적이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이 과연 KBS를 공정하게 경영감독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남 국장은 특히 “양성수 이사의 경우 MB 캠프에서 일했던 전형적인 MB 낙하산 이사이며, 이병혜 전 아나운서의 경우 특정정치색이 있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KBS 기존 노조(위원장 최재훈·기업별 노조)도 이번 KBS 이사진 구성에 반발했다. 윤형혁 KBS 노조 공정방송실장은 “우려했던 것처럼 이사회가 정치권의 전쟁터가 돼버렸다”며 “반대했던 이길영을 앉혔을 뿐 아니라 지역 인사도 1명 뿐이었고, 노동계 인물도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윤 실장은 “KBS 출신도 너무 많은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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