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설립된 국내 첫 인문·사회과학 기반 ‘스포츠문화연구소’가 26일 런던올림픽 가이드북을 펴냈다. 이날 정재영 연구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올림픽에 대한 언론의 획일적인 시선을 비판하고 다양한 시각을 소개해 시민들이 올림픽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가이드북의 취지”라고 소개했다. 미디어오늘이 가이드북 중 권경우 문화평론가의 ‘올림픽의 문화정치학’을 소개한다. (연구소 누리집 링크: 네이버 카페) /편집자주

‘지구촌 축제’라고 불리는 올림픽이 다가왔다. 올림픽을 본다는 것, 혹은 경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가장 먼저 인정해야 할 게 있다. 바로 스포츠라는 매개 행위을 통한 인간신체의 향연이라는 사실이다. 누구나 인간 신체의 원시적 매력에 환호하고 열광할만한 자유와 권리가 있다. 그러나 매혹을 거부하지 말자. 왜 그토록 매혹당하는 것인지 너무 따지지도 말자. 카메라 기술의 발달과 미디어의 진화가 하나의 원인일 수 있겠지만, 그런 것쯤은 일단 생각하지 말자. 그저 수많은 종목과 영역에서 펼쳐지는 개별적인 인간들이 전해주는 그 신체의 다양성에 세밀하게 주목하면 된다. 그것에 흥분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 무한성과 가능성, 아름다움을 통해 이성이 아닌 감각과 감성의 문제로 바라보자.

물론 올림픽을 보는 과정이 여기서 그칠 수는 없다. 조금만 더 살펴보면 4년만의 스펙타클을 새로운 관점에서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먼저, ‘금메달 우선주의’를 넘어서는 것이다. 스포츠와 민족주의, 애국심이 버무려진 한국사회에서는 언론이 앞장서서 금메달에 목을 맨다. 언론에 표시되는 순위에는 항상 금메달이 하나라도 많으면 은메달이나 동메달이 아무리 많더라도 순위에서 밀린다. 원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는 국가별 메달 순위를 매기지 않았으나, 지금은 금메달 수에 따른 메달 순위와 함께 금은동메달 수를 합한 수를 병기하고 있다. 금메달 지상주의는 엘리트체육 혹은 경쟁중심의 1등 지상주의와 관련이 있다. 다양한 국가와 인종, 계층, 종목 등에 주목할 수 있는 시선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올림픽이 개최되는 기간 동안 그 열기에 너무 빠져들면 안 된다. 런던올림픽이 문화와 예술을 중요한 볼거리고 제공하고 한편으로는 한류 열풍을 올림픽이 열리는 런던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였다고 해서 애국주의에 빠지지는 말자. 1970년대 박정희 유신독재와 1980년대 5공화국 전두환 군사독재를 통해 우리는 스포츠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되었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명박 대통령이 새벽 시간이라도 경기를 보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는데, 어쩌면 이번 올림픽이 성적이 자신의 과오를 조금이라도 덮어주기를 기원할지도 모른다.

또한 올림픽 개최가 갖는 그 자체의 부정적 모습이나 효과들을 알아야 한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떠올려보자. 당시 개막식의 웅장함과 화려함에 지구촌 사람들이 매료되었다. 그것은 한 편의 거대한 규모의 완벽한 ‘쇼’에 불과했다. 어린 소녀의 립싱크 논란, 준비과정에서의 개막식 행사 참가자들의 고통, 컴퓨터그래픽을 통한 속임수, 소수민족 대표라고 세워놓은 아이들은 모두 한족이었다는 사실 등은 올림픽의 정치학이 어떤 지점에서 움직이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던 날, 공영방송 KBS에는 경찰이 난입했다. 역시 같은 기간에 광복절은 갑자기 ‘건국절’로 둔갑했으며, 촛불집회의 외침은 금메달 소식에 묻히고 말았다. 그나마 MBC 노조가 파업을 마치고 돌아간 것은 올림픽을 통해 벌어질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등을 막아보려는 의지라고 보고 싶다.

우리는 올림픽을 통해 흥분과 열광도 인정해야겠지만, 그 과정에서 그리고 끝난 이후에 냉철한 평가를 다시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이번 올림픽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거꾸로 태극기’를 들고 흔들까? 이건 장담할 수 있다. 올림픽과 관련해서 적어도 한 번은 ‘뻘짓’을 해서 우리에게 웃음을 선하해 줄 것이다. 스포츠토토가 있다면 ‘몰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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