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명실상부한 우리나라의 최대 포털 사이트다. 지난해 기준으로 월 평균 순 방문자가 3122만명. 우리나라 인터넷 인구가 3718만명이니까 열 명 중에 여덟 명 이상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네이버를 들른다는 이야기가 된다. 네이버 첫 화면의 순 방문자는 하루 1500만명에 이른다. 상당수 국민들이 네이버를 통해 정보를 검색하고 뉴스를 보고 세상을 이해한다. 네이버의 공정성이 강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의 성 상납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지난 4·11 총선 때였다. 정 의원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인터넷 게시물을 문제 삼아 몇몇 누리꾼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총선 이후 잠잠했던 이 사건은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다시 의혹을 제기하면서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로 떠올랐다. 그런데 놀랍게도 네이버에서는 ‘정우택’을 검색할 때 따라 나오는 ‘성상납’이나 ‘성추문’ 등의 연관 검색어가 사라졌다.

다음이나 네이트에서는 잘 뜨는 연관 검색어가 네이버에서만 사라진 이유가 뭘까. 네이버 사용자들은 다음이나 네이트 사용자들과 관심 사안이 다른 걸까. 네이버를 운영하고 있는 NHN은 미디어오늘 기자의 질문에 검색어 삭제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정 의원 쪽에서도 NHN에 검색어 삭제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이 확산되자 NHN은 뒤늦게 정 의원 쪽에서 요청을 받아 삭제한 사실을 시인했다.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심각하다. NHN이 일상적으로 검색 결과를 조작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네이버는 과거 진성호 전 새누리당 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연관 검색어를 조작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NHN 관계자는 “법원에서 위법하다고 판결이 나기 이전에도 명예훼손 등과 관련해 검색어를 비공개로 삭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관 검색어는 특정 단어를 검색할 때 다른 이용자들이 자주 함께 찾는 단어를 추천하는 기능이다. ‘정우택’의 연관 검색어로 ‘성상납’이라는 단어가 뜨는 건 ‘정우택 성상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찾는 이용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정 의원의 성상납 의혹이 명예훼손이 된다면 그건 그 기사를 쓴 언론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 네이버가 인위적으로 정보를 차단하거나 이용자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최근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선정성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네이버 문제의 핵심은 과도한 집중도에 있다. 네이버에 뜨면 모두가 본다. 네이버의 높은 점유율이 자연독점의 결과냐 불공정 경쟁의 결과냐를 두고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결국 우리 모두 네이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네이버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정보 유통 플랫폼이다. 그렇기 때문에 네이버의 공정성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

명예훼손의 우려 때문에 연관 검색어를 편집해야 할 수도 있다. 치명적인 권리침해로부터 긴급히 보호해야 할 사안이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어느 경우든 합리적인 기준과 공정하고 투명한 운용이 전제돼야 한다. 전화 한 통으로 정보의 유통 경로가 인위적으로 변형되는데 이용자들은 뭐가 어떻게 바뀌는지도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외압의 유혹을 끊기 어렵다. 요청이 있을 때마다 검색 결과에 손을 댈 수는 없지 않은가.

한때 “네이버는 평정됐고 다음은 손을 봐야 한다”는 말이 떠돌았던 것을 기억하라. 그 말의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공정성을 의심 받는 순간, 포털의 권위와 신뢰는 추락한다.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뉴스를 편집하던 시절,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영화 ‘스파이더맨’의 대사지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네이버는 높은 점유율과 영향력에 뒤따르는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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