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정에 나온 일부 천안함 생존 장교·하사관들이 천안함이 순식간에 두동강났다고 증언한 것과 관련해 실제로 천안함에서 2함대로 최초 보고한 내용과는 큰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보고자가 잘못 파악한 것인지, 생존 장교·사관들이 부정확한 증언을 한 것인지, 아니면 천안함이 두동강나기 이전 별도의 파공 상황이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천안함 사고당시 당직사관 임무를 수행한 박연수 전 천안함 작전관은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박순관 부장판사) 법정에 나와 “사고 당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우현으로 기울어, 몸이 떠올랐다가 넘어졌다”며 “사고 직후 갑판에 올라와 절단면을 직접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작전관은 특히 ‘천안함 임무 수행중 갑자기 함정 밑바닥에 구멍이 나면서 침몰하기 시작했다’, ‘천안함 승조원들은 배 밑바닥에 생긴 구멍을 막으려 했지만 수습하지 못했다’고 해군 관계자가 전했다는 중앙일보 2010년 3월 27일자 보도 내용에 대해 “전혀 사실관계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천안함이 순식간에 갈라졌기 때문에 ‘파공’이나 ‘침수’ 상황이 발생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국방부 합조단의 천안함 보고서도 “천안함 생존자 58명은 후미의 충격과 함께 ‘꽝! 꽈~아앙’ 소리를 들었으며, 정전과 동시에 일부 격실에 해수가 유입되면서 갑자기 우현으로 90도 기울어졌다고 진술했다”며 “함장이 함미쪽을 확인한 결과 연돌 이후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고 기술했다.

그러나 문제는 최초보고의 내용에 있다. 사고 일주일만인 4월 1일 이기식 당시 합참 정보작전처장은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천안함 포술장으로부터 ‘배에 파공이 생겨 침수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포술장이 한 보고의 내용은 당일 밤 9시28분경 2함대 상황반장에게 “천안인데 침몰되었다, 좌초다, 배가 우측으로 넘어갔고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만 알려져있었다(합조단 보고서 127쪽). 그런데 이 때 포술장의 최초보고는 좌초 만이 아니라 ‘천안함에 파공이 생겨 침수되고 있다’는 말도 포함돼있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2분 뒤 2함대 당직사관은 지휘통제실에서 천안함 전투정보관으로부터 “천안함이 백령도 근해에서 좌초돼 함정이 침몰되고 있으니 빨리 지원병력을 보내달라”는 전화를 받고 직통전화로 인천해경 부실장에 전화해 “현재 백령도 서방 우리 함정에서 ‘좌초됐다’는 연락이왔는데 일단 급한 상황이니 인근 해경 501함, 1002함을 백령도 서방으로 빨리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합조단 보고서에 나와있다.

심승섭 당시 해군작전사령부 작전처장도 지난해 8월 법정에 출석해 천안함 사고직후인 21시35분경 2함대사령부로부터 상황실 계통으로 “원인 파악중인 상태였다. 상황실 계통으로 좌초인 것 같다는 얘기가 있었다. 파공이라는 얘기도 있었다”고 보고받았다고 증언했다.

이를 두고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파공이란 말을 한 것은 배가 침수되고 있는 상황을 보고 미루어 판단한 것”이라며 “파공후 침수중인 상황과 순식간에 두동강나는 상황은 양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검찰과 국방부측 증인들은 법정에서 “전혀 좌초된 일이 없으며, 작전구역에 암초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임무를 수행했다”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좌초’에 의한 ‘파공’ 후 ‘침수’ 상황이 있었다는 수차례의 보고내용이 모두 거짓이었는지 다시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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