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업무 복귀 첫날인 18일 파업 참가 조합원들에게 인사 발령을 냈다. 특히 기존 업무 관련성이 전혀 없는 부서로 인사 발령을 내면서 파업 참가에 따른 보복성 인사 조치 성격이 뚜렷하다. 10년차 기자가 취재 현장이 아닌 건설 현장으로 출근해야만 하는 식이다.

보복성 인사발령 대상자는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54명이다. 본인의 동의는 물론 사전 통보도 받지 않아 단체협약상 절차적 하자도 발견된다.

MBC 노조가 ‘인사 테러’로 규정한 인사 발령안을 보면 새로 조직개편된 미래전략실과 중부권 취재센터를 포함해 사회공헌실, 신사옥건설단, 용인드라미아, 뉴미디어글로벌사업국, 수원, 인천, 성남, 일산 등 서울경인지사 총국 등 기존 업무와 상관 없는 곳으로 파업 참가 인원들을 전보 조치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근무지를 동원해 파업 참가 인원들을 분산시켜 고립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내용으로 보면 조능희 PD의 경우 기존 교양제작국에서 사회공헌실로 전보 조치됐고, 외주제작국 외주제작2부 소속이었던 송일준 PD와 오동운 전 PD도 각각 미래전략실과 신사옥건설국으로 전보 조치 됐다. 이미 19명의 시사교양PD들은 중징계를 받아 업무에서 배제된 상황이다.

시사교양국 소속 조합원 55명 중 21명이 업무에서 배제돼 이번 보복성 인사의 집중 탄압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다. PD수첩의 경우에도 담당 PD 10명 중 6명이 징계를 당한 상황에서 PD 한명을 교양제작국으로 전출시키고 7명을 새로 발령내면서 정상적인 시사 프로그램 제작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도부문 기자들에 대한 표적 인사조치 양상도 뚜렷하다. 파업 기간 중 30명이 징계를 받았는데 이번 인사 발령에서 25명의 기자들이 전보 조치돼 실무 취재인력 100명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기존 업무에서 배제됐다. MBC 노조 파업의 얼굴을 담당해 파업 소식을 알렸던 아나운서들도 보복성 인사 조치 대상이 됐다.

아나운서국 전체 조합원 37명 중 7명이 징계를 당한 이후 이번 인사에서 신동진, 허일후, 김상호, 김범도 아나운서가 아나운서직 업무와 관련 없는 사회공헌실, 미래전략실 등으로 전출됐다.이번 인사 발령 조치에 따라 파업 기간 중 징계를 당한 98명에 더해 15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원직에 복귀하지 못했다.

MBC 노조는 보도·시사교양 부문의 조합원들에게 인사발령 조치가 집중된 것을 두고 “공정방송 회복과 뉴스 개선 투쟁을 원천봉쇄하고 부역 간부들의 입맛에 맞는 편파보도를 계속 자행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무차별한 보복을 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MBC는 공식적으로 이번 인사 발령이 파업 대체 인력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MBC 한 인사는 “이번 인사 조치로 경영진에 비판적인 웬만한 사람은 솎아서 징계를 한 것으로 더 이상 징계 대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MBC 노조는 부당전보 취소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이번 인사 발령의 부당성을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MBC 법률 대리인 신인수 민주노총법률원 변호사는 “단체협약에 의하면 사전 발령 대상자와 협의를 하게 돼 있는데 협의를 무시했고, 내용상으로도 인사 발령 필요성도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조합원들의 전보된 상황과 자료를 취합 중이고 이르면 내일(25일) 소송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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