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6번째 대국민사과는 ‘측근 비리’였다. 이 대통령은 24일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근자에 제 가까운 주변에서, 집안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고개를 숙였다.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구속과 이에 전후해 연이어 발생한 측근 비리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만사형통’이란 단어가 돌았다. 모든 일은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으로 통한다는 의미였다. 막후 실력자였고 정권의 최고 실세로 막강한 권력을 누렸다. 그 전횡이 심해 서울시장 시절부터 이명박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꼽힌 ‘개국공신’ 정두언 의원이 돌아섰다. 정치권은 그런 그를 ‘영일대군’으로 불렀다.

‘만사형통’과 ‘영일대군’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반응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란 말로 집약된다. 당시에도 이미 언론을 통해 이상득 전 의원과 대통령 측근들의 다양한 비리 의혹이 제기되던 시점이었다. ‘도덕 불감증’이란 비판도 나왔다. 결국 이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사과를 통해 스스로 뱉은 말을 다시 거둘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같은 날, 새누리당 대선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이날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TV 토론회에서 김문수 후보가 저축은행 고문변호사를 맡았던 박 전 위원장의 동생 박지만씨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를 겨냥해 “‘만사올통’이라고 들어봤냐”고 묻자 나온 박 전 위원장의 반응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은 오히려 “너무 관심을 받아 올케에게 미안하다”며 “어떤 법적 문제도 없지 않나”고 반문했다. 물론 검찰이 박지만씨의 삼화저축은행 연루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소환절차 없이 간단히 조사하고 결론을 내려 비판을 받았다. 한 신문은 아예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위원장 간의 ‘빅딜설’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권에 근접한 미래권력의 힘과, 석연찮은 수사과정으로 미래권력의 동생을 무혐의 처분한 검찰 사이에서 아직 국민들의 의구심이 해소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때문에 심지어 새누리당 대선 후보들도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임태희 후보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박 전 위원장이 당시 박지만 씨 문제를 정리하는 것과 최근 당내에서 문제가 되는 사안을 정리하는 게 왜 이렇게 달라졌는가”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앞서 박지만씨가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되었을 당시, 즉 검찰조사가 이루어지기 전에도 “본인이 아니라고 말했으니 그걸로 끝난 것”이라고 말해 빈축을 산 바 있다. 친인척·측근 비리에 민감해야 할 정치인이 오히려 유독 가족 문제에 있어서는 감싸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박 전 위원장의 말에 “그런 인식이 문제”라며 “이명박 대통령도 ‘나는 깨끗하다’고 했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은 만사형통이 문제라고 여겼다”고 지적했다.

김문수 후보의 말처럼 문제는 박 전 위원장의 인식 그 자체다. 쏟아지는 측근비리와 친인척 연루 비리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선보인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란 말이 박 전 위원장으로부터 다시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검찰 조사 전부터 ‘쉴드’ 쳐주는 박근혜 전 위원장이 박지만씨에게 좋은 누나 일 수 있지만, 국민들이 필요한 것은 ‘박지만 누나’가 아닌 측근비리에 더욱 엄격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통령이다. 스스로 원칙의 지도자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최근 5.16논란과 박지만씨 등의 건으로 '불통'의 지도자로 비판받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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