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23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논의했지만 결국 이를 처리하지 못하고 26일 의총으로 연기했다. 통합진보당은 이에 앞서 재차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자신 사퇴를 권고했지만, 두 의원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날 의총은 심상정 원내대표를 비롯해, 강동원, 김제남, 노회찬, 박원석, 서기호, 정진후 의원이 참석하고, 속칭 당권파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2일 두 의원에 대한 당기위원회 제명 결정이 났고, 16일 혁신파로 분류되는 강기갑 전 비대위원장 대표체제가 출범했지만 그로부터도 열흘이 지나도록 두 의원의 거취가 결정되지 못한 것이다.

의원총회는 오전 8시부터 개최해 한 차례 정회하며 진통을 이어나갔다. 심상정 원내대표가 이날 모두발언에서 “동료의원의 제명의 건을 처리한다는 것이 안타까우나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드러난 당원의 뜻, ‘당심’을 따르는 것이 도리”라며 제명안 처리에 의욕을 보였지만, 김제남 의원이 이에 반대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제남 의원은 두 의원의 제명안 자체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25일 예정된 중앙위원회 이후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결국 이날 의총이 중앙위 이후인 26일로 연기됐다. 정당법에 따라 통합진보당 의원총회에서 두 의원을 제명하는데 필요한 표가 7표이기 때문에, 김제남 의원이 반대할 경우 두 의원을 제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서 당권파로 분류되는 이상규 의원도 의총에 참석해 제명안 처리를 25일 이후 처리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중앙위 이후 13명의 의원들이 다 모여 이 문제를 논의할 자리를 만들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파인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김제남 의원이 두 의원을 자진사퇴하는 쪽으로 여러 가지 노력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제남 의원으로선 의원을 제명하는 중요한 일이니 만큼 신중을 기하고 싶었던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규 의원도 와서 중앙위 이후 논의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김 의원도 중앙위 이후로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시선은 중앙위원회로 쏠리게 됐다. 당권파 측이 의총연기를 주장한 것이 이번 중앙위원회에서 제2차 진상조사보고서를 재논의 하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진상조사보고서는 이미 2차 전국운영위원회에서 보고 형태로 처리됐고 이에 따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 해당 안건도 올라와있지 않다. 하지만 지도부와 대의기구가 새로 구성된 상황에서 처음 열리는 중앙위원회인 만큼, 진상조사보고서에 반대하는 중앙위원들이 현장발의 형태로 안건을 제출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중앙위원회에서 진상조사보고서에 대한 안건이 올라와 해당 조사보고서가 폐기될 경우 당권파 측은 두 의원을 제명하지 않아도 되는 명분을 얻게 된다. 현재 중앙위원회 구성은 당권파와 비당권파 양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정미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진상조사보고서는 중앙위원회 안건으로 다루고 있지 않다”며 “이미 2차 진상조사보고서는 전국운영위원회에서 보고하는 형태로 정리가 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다뤄야 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권파측이)현장발의를 할지는 모르겠다”며 “조사보고서를 아예 뒤집어엎는 경우는 (중앙위원들에게도)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석 원내대변인도 브리핑 이후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에서 “의원총회가 중앙위원회 직속기구이나, 중앙위 결정이 의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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