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지난 19일자 1면 기사에서 3년 전 태풍 사진을 지난 18일에 찍은 사진인 것처럼 보도해 물의를 빚고 있다. 조선은 20일자 지면을 통해 사과문을 냈지만, 이번 사건이 최근 조선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사진부를 아웃소싱(외주제작)으로 돌린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조선은 19일자 1면에서 18일 오후 태풍 ‘카눈’ 상륙시기에 맞춰 부산 해운대 앞바다의 험한 파도 사진을 내보냈다. 그러나 19일 동아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한 익명의 시민이 “저 정도의 파도면 입수금지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18일엔 많은 이가 해수욕을 즐겼다”고 제보했다. 해당 사진의 메타데이터(디지털파일의 구성정보)를 확인한 결과 사진은 2009년 8월 9일 최초 촬영됐다. 당시는 태풍 ‘모라꼿’이 상륙한 시기였다.

3년 전 사진을 조선일보 본사에 송고한 김아무개 사진기자는 19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3년 전 찍은 사진이 맞다”고 시인하며 고의성을 인정했다. 김 기자는 “(3년 전 찍은 사진의) 화상 상태가 좋아서 노트북에 있던 것을 빼서 서울(본사)에 보냈다”며 “(본사에서) 어제 찍은 사진의 상태가 안 좋아서 그 사진을 쓴 모양”이라 전했다. 해당 기자는 19일 조선일보에 사직서를 냈다.

조선일보는 즉각 사과문을 냈다. 조선은 20일자 2면에 사과문을 내고 “본지 19일자 1면에 실린 ‘해운대의 성난 파도’ 태풍 카눈 사진은 3년 전인 2009년 8월 9일 태풍 모라꼿 당시 동일한 장소에서 촬영된 사진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선은 사과문에서 “사진을 촬영한 기자는 프리랜서이며, 해당 기자는 18일 부산 해운대 일대에서 태풍 취재에 나섰지만 사진의 상태가 좋지 않자 자신이 3년 전 같은 장소에서 찍었던 사진을 본사에 전송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조선은 이어 “해당 기자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며 “독자 여러분에게 사실과 다른 현장 사진을 전달한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두고 프리랜서 기자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조선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1면에 사실상 허위사진을 올리는 대형사고가 나자 ‘꼬리 자르기’식으로 사안에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 모 기자는 수년 전부터 조선일보 부산지부에서 계약직 기자로 활동해 프리랜서가 아닌 조선일보 기자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선일보는 중앙일간지 중 최초로 최근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사진부를 전부 아웃소싱(외주제작)으로 바꿔 사진기자의 권위와 위상 추락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김정근 한국사진기자협회장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무조건 기자가 잘못한 일이지만 조선일보의 태도에도 화가 난다”고 밝혔다. 김정근 사진기자협회장은 “조선일보는 (사과문에서) 기자가 프리랜서라며 이번 사건이 우리와는 관계없다는 식으로 강조했다”고 말한 뒤 “경비절감차원으로 기자들을 내몰면서 문제가 생기니까 프리랜서라고 말하는 행태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프리랜서 사진기자들은 통상적으로 배치 면과 사진 개제 수에 따라 보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사진을 주요 지면에 반영해야 하는 환경에 놓여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이 사진기자들의 비정규직화가 불러온 구조적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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