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들이 권재홍 본부장의 앵커직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자 경영진이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권재홍 보도본부장은 MBC 파업 기간인 지난 5월 16일 기자들로부터 신체적 접촉을 당했다고 밝혔고, 뉴스데스크는 권 본부장의 주장을 톱으로 보도했지만 권 본부장이 말을 바꾸다가 신체적 접촉 없이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고 말해 결국 뉴스를 사유화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또한 시청자평가위원인 김경환 교수가 옴브즈맨 프로그램에서 해당 뉴스데스크의 보도를 문제삼아 권 본부장과 황헌 보도국장의 책임을 요구하는 내용을 녹화했지만 방송불가 통보를 받고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김희웅 기자는 18일 새벽 'MBC 뉴스의 경쟁력 제고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보도국 게시판과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글을 올려 권 본부장의 부상 소식을 다룬 뉴스데스크를 비판하며 뉴스데스크의 신뢰도를 위해서라도 권 본부장이 앵커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글을 읽은 조승원 기자는 김 기자의 주장에 동의하며 시청률 향상을 위해서라도 권 본부장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두 기자가 한 충고의 댓가는 컸다. MBC 노조에 따르면 권 본부장은 임원진 회의에서 두 기자의 제제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뒤 두 기자는 소속된 부서에서 경위서를 제출할 것을 통보받았다.

노조에 따르면 김 기자의 경우 시사제작국 김현종 국장이 심원택 시사제작2부장을 통해 "글을 내리면 문제 삼지 않겠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 징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고, 김 기자가 이에 응하지 않자 심 부장은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조 기자 역시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이 안택호 미래전략실장을 통해 게시판에 글을 내릴 것으로 요구했고 이에 불응하자 경위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진숙 본부장은 이에 대해 "업무에 복귀했으면 업무에 열중해야지 앵커는 뉴스의 얼굴인데 헐리우드 액션이니 뭐니 하며 앵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발언으로 그러는 건 사내질서를 문란하게 한 것"이라고 사유를 밝혔다"고 전했다.

MBC 노조는 "지난 5월 16일 자신이 겪지도 않았던 일을 꾸며내고 있었던 일은 최대한 부풀려 기어코 박성호 기자회장을 또 해고하고 최형문, 왕종명 기자를 중징계 했던 권재홍 본부장에게 아직도 후배들의 피가 더 필요한지 엄중하게 따져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김희웅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공정방송과 회사의 경쟁력을 위해서 업무에 복귀를 했다"며 "기자 입장에서 뉴스의 경쟁력이 좋아야 한다. 시청률이 워낙 바닥이고 사람들이 보는 뉴스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원인 중에 메인 뉴스에서 다룬 권 본부장의 허리우드 액션 논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소위 말해서 보도책임자와 앵커로서 거짓 보도를 기획하고 지시하고, 묵인하고, 방조한 사람이 뉴스를 진행하는 것에 불쾌감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신뢰를 한번 훼손당한 앵커가 앉아서 메인뉴스를 진행하는 것은 뉴스 경쟁력에 저해가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징계 가능성에 대해 "현재 회사의 경쟁력을 되찾고자 일반 기자의 충심을 알아달라는 취지의 경위서를 제출했다. 회사가 알아서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