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18일 업무 복귀 첫날부터 인사 발령 조치를 내린 가운데 당사자들의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사 발령 통보를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왜 다른 부서로 옮겨야 하는지도 납득할 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이번 인사 발령 조치에 대해 대상자들은 하나같이 보복성 조치라고 비난했다.

MBC 81년 입사해 정년 퇴직을 1년여 앞둔 안성일 심의국 TV 심의부 부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모든 부서들의 실국장이 모를 정도로 진행됐다고 들었다"며 그만큼 이번 인사 발령 조치가 비밀리에 진행됐음을 지적했다.

지난 1992년 50일 파업에도 참가했던 안 부국장은 이번 파업에도 최고참 선배로 참가했고 17일 업무 복귀를 앞두고 김소영 아나운서와 함께 대국민 선언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안 국장은 이번 인사 발령 조치는 내용으로나 법적으로나 보복성 조치이며 부당한 조치라고 지적하면서도 "이번 조치로 오히려 조합원들이 단결할 수 있는 고리가 생겼다"고 말했다. 안 국장은 이번 인사 조치를 예상했다면서 "제가 발령 조치된 용인드라미아개발단도 나를 포함해 9명이 발령이 났는데 한곳으로 모아놔서 단결이 더 될 듯하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 발령 조치에 시사프로 PD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 있어 정권 비판적인 프로그램 제작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싹을 자르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광우병편’ 당시 CP였으며 <불만제로>를 연출한 조능희 PD는 사회공헌실로 발령 났다. 사회공헌실은 MBC의 사회봉사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곳으로 연말에 각종 봉사와 모금 행사를 주도하는 비제작부서다.

조능희 PD는“이번 인사는 정직이나 대기발령보다 비열한 행위로, 막 업무에 복귀한 조합원들을 도발하는 것”이라며 사측을 비판했다.

등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오동운 시사교양 PD는 신사옥건설국으로 발령받아 상암동으로 출근해야 한다. 오동운 PD는 “기자들은 인허가 문제로 신사옥건설국에 온 적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여기 왜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며 “노조와 함께 부당인사 조치를 항의해나갈 것”이라 밝혔다.

특히 아나운서들은 올림픽 방송에서 인력 부족을 호소하면서 업무 복귀를 종용받았지만 업무 복귀 후 프로그램 진행와 뉴스 등 프로그램 진행과 전혀 상관이 없는 부서로 배치되면서 이번 인사 발령의 부당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1996년 입사해 뉴스와 연예프로의 진행을 맡아왔고 이번 파업에 고참 아나운서로서 적극 참여했던 신동진 아나운서는 이번 인사에서 사회 공헌실로 발령을 받았다. 

신 아나운서는 "파업 6개월 동안 시청자를 만나보지 못해 하루빨리 방송을 통해 찾아뵙고 싶다"면서 "발령을 이런 식으로 해서 좀 어리둥절한 상황이다. 김재철 사장이 퇴진하고 회사가 정상화되면 원대 복귀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신 아나운서는 "계약직으로 뽑힌 사람들이 저희가 했던 일들을 하고 있는데 시간 문제라고 본다. 얼마나 시일이 걸리느냐의 문제인데 반드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일후 아나운서도 자신의 트윗을 통해 전보 조치 사실을 알리면서 자신이 맡았던 <세상을 여는 아침 허일후입니다> <야구 읽어주는 남자> <불만제로>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인사를 전했다. 허 아나운서는 "세아침 가족들과 야읽남을 아껴주신 분들. 불만제로 시청자께 어찌 말씀드려야할 지 쉽지가 않았다. 복귀가 불가능하게 됐다"면서 "어제 밤 10시경 인사발령이 났다. 미래전략실이라는 새로 생긴 부서로 전출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보도국 소속 기자들의 경우 허탈감은 더 심하다. MBC 경영진은 방송정상화를 위해 하루빨리 업무 복귀를 하라고 했지만 정작 업무 복귀 이후 돌아온 것은 비보도 부서로 옮기라는 명령이었다. 이번 인사 발령 명단에는 20여명의 기자들이 비보도 부서로 발령을 받았다.

일례로 선거방송기획단 선거방송기획부 장준성 기자의 경우 신사옥건설국으로 인사 발령이 나면서 당장 상암동 신사옥 신축 건설 현장 사무소로 출근해야 한다. 기자로 입사한 인력이 현장 사무소로 가야하는 것이 김재철 사장 체제의 현실인 셈이다.

보도국 기획취재부 이남호 기자도 서울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발령 조치됐다. 이 기자는 자신의 트윗을 통해 "파업이 끝나자마자 저는 수원으로 밀려났다"며 "이게 김재철의 보복인가? 그래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호 기자회장은 "회사가 올림픽 방송과 대선이 있으니 기자들이 복귀하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했는데 방송정상화 의지가 새빨간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정작 올라오니 칼을 갈고 있었다. 보복성 인사 조치로 밖에 설명이 안된다"고 비난했다.

박 기자회장은 "기자들이 물리적으로 모이는 것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것이 유치한 발상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벌을 줄 사람이면 징계를 하면 되는데 이렇게 업무 관련성이 없는 곳에 마구잡이로 발령한 것으로 보면 김 사장이 MBC를 사유화했다는 방증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MBC 사측 관계자는 이번 인사발령에 대해 “파업에 참여했던 사원들이 아무 일 없었던 듯 원래 업무로 복귀를 하게 되면 파업하지 않았던 사원들과의 갈등이 명약관화하다”며 “이번 발령은 사원 간 갈등을 예방하고 (파업조합원들이) 마음을 추스르고 업무에 복귀하게 하려는 조치”라며 ‘보복성 발령’이란 MBC노조의 주장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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