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트래픽 관리안으로 통신사들이 ‘호재’를 만났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16일 보고서에서 이번 트래픽 관리안의 가장 의미 있는 부분에 대해 △“보이스톡 같은 mVoIP(모바일 인터넷 전화) 문제에 있어 통신사의 현행 제한 방식을 공식적으로 허용한다는 점에서 통신사의 음성수익이 악화되는 우려가 해소”, △“P2P에 대한 통신사의 트래픽 제한 허용과 같이 향후 스마트TV, TVing, POOQ 등 대용량 동영상 트래픽에 대해서도 통신사가 망 혼잡이 우려될 경우 일시·상시적으로 제한·차단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통신사의 B2B(기업간) 사업 모델 본격화” 등이라고 지적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용자들에 대한 영향에 대해선 “소수의 헤비 유저(heavy user)에 대한 트래픽 제한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현행 무제한 유선 인터넷 서비스의 총량제 전환 ‘가능성’도 열리게 됐다”고 밝혔다. (관련 미디어오늘 기사<방통위의 무시무시한 음모를 폭로합니다>)

이를 두고 유진투자증권은 “방통위의 트래픽 관리에 관한 기준 발표는 단기적으로 통신업종 투자 심리 개선, 중장기적으로는 통신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통신사를 제외한 포털·방송사·가전사 등 비통신사는 현재보다 망 이용 대가를 더 내야 하고, 이용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데이터를 사용할 경우 추가 요금을 내거나 속도를 제한받는 일을 겪게 되지만, 통신사로서는 수익 면에서 보장을 받는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도 “이번에 기준안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하면, mVoIP 트래픽의 제한과 P2P 또는 헤비 유저에 대한 차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기준안이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 하더라도, 주무 부처에서 제시한 기준안이기 때문에, 통신사들이 mVoIP에 대처하기 위해 요금제를 수정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보이스톡의 출시로부터 위축된 투자 심리는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트래픽 관리는 장기적으로 망 이용대가 부가로 이어지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라며 “이는 음성 요금을 인하하고 데이터 요금을 인상하는 체제로 요금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증권가 분석은 통신사쪽의 공개적인 입장과는 대조적이다. 통신사들은 오히려 이번 트래픽 관리안이 공개되자,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김효실 KT 상무는 지난 13일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이용과 트리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토론회’(주최 방통위, 주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트래픽안에)조건이나 단서가 너무 많이 경직되게 들어가 있다”며 “삭제되거나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태철 SK텔레콤 CR전략실 전무도 “콘텐츠 사업자에 대해서 분명한 의무, 책임을 지게 하는 식으로 가이드라인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비롯해 포털사, 가전사 등 비통신사들은 이번 트래픽안이 ‘통신사 몰아주기’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방통위가 이번 트래픽안을 예정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군다나 방통위 산하 망중립성 포럼에 참여 중인 NHN, 다음, 삼성전자, 녹색소비자연대 등은 지난 13일 토론회에서 ‘이번 트래픽안을 12일에 처음 봤다. 그동안 논의된 적이 없다’고 밝힐 정도로, 이번 트래픽안의 내용 문제를 비롯해 처리 절차까지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HMC투자증권은 “국내의 망중립성 정책 방향은 1)일반적인 인터넷 서비스(검색, 이메일 등)에 대한 차별은 금지하되, 2)통신사업자의 트래픽 관리 필요성을 인정하고, 3)필요하다면 서비스 제공자에게 일부 과금 또는 네트워크 투자비용 분담 등의 요구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일단 포털 등에 망 이용 대가를 물리고, 대선 이후 정치권의 반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총량제 도입 등으로 이용자에게 망 이용 대가를 물리는 방식도 예측되고 있다.

방통위 조경식 대변인은 16일 통화에서 “(안건 상정은)이번 주는 아니다”라며 “계속 여론 수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이번 달 안으로 처리되는지’ 묻자 “이번 달 상정은 아직 결정이 안 됐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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