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네오콘’으로 불렸던 김태효(45)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5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으로 평가받았던 인물이지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논란의 파고를 넘지는 못했다.

성균관대 교수 시절,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과 인연을 맺었던 김태효 기획관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참모로 일을 하면서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 중 핵심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 보수 강경 위주 외교·안보 정책이 논란이 될 때마다 중심 인물로 거론됐다는 점이다.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협정 논란이나 차세대전투기 도입 사업 논란 등 문제가 터질 때마다 그의 이름이 거론됐다.

김태효 기획관이 과거 논문에서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 개입을 옹호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과거 논문에서 유사시 자위대 개입을 당연시했고 자위대의 교전금지수칙을 비판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더 나아가 일본의 군사력으로 북을 억제하자는 그의 주장은 식민 지배를 받았던 우리가 일본의 군국주의 재무장의 길을 앞장서 열어주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태효 기획관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문에서도 주된 책임 당사자로 거론됐다. 여론이 점점 악화되면서 이명박 대통령도 더는 그를 감싸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결국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이라던 김태효 기획관도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그를 한국판 네오콘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하는 이유은 일본 우익 정치인인 ‘나카소네 야스히로’가 주는 상을 수상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지난 2009년 6월 27일자 <김태효 나카소네 야스히로상>이라는 기사에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 비서관이 26일 일본 도쿄에서 제5회 나카소네 야스히로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40세 전후의 차세대 지도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김 비서관은 동아시아 안보에 관한 연구와 한미일 관계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보도했다.

일본 우익 쪽에서 왜 김태효 당시 비서관을 동아시아 안보와 한미일 관계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우익 쪽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내놓았다는 의미가 도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정부 쪽에서는 환영의 입장을 감추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서명 직전에 ‘보류’ 결정을 내리면서 협정 체결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기다렸다는 얘기다.

이지안 통합진보당 부대변인은 “동북아 안보에 대한 몰역사적 인식, 일본 우경화 합리화의 전도된 인식이 우려스럽다. 이런 사람이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으로 재직하며 한일 정보보호협정 밀실 추진을 총괄 지휘했으니, 청와대 안보라인의 위험한 상황인식의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겠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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