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예전 같지 않은 ‘문풍’”

국민일보 7월 5일자 5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국민일보는 “민주통합당 대선 주자 가운데 부동의 지지율 1위였던 문재인 상임고문이 요즘 상대적으로 주춤한 형국이다”라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 대한 기사에서 ‘사면초가’라는 제목을 뽑았다. ‘문풍’이 예전 같지 않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국민일보는 흐름을 제대로 짚은 것일까. 아니면 악의적인 혹은 의도적인 흠집 내기의 속내가 담긴 것일까.

문재인 상임고문 지지율이 뚝 떨어지고 있다면, 대선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면 국민일보 기사 제목은 맥을 제대로 짚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정반대 상황이라면?

언론이 ‘박근혜 대세론’의 근거로 삼는 게 바로 여론조사다. 대선 관련 여론조사 중 최근 흥미로운 내용이 담긴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일이 있다. 프레시안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정치부 기자 222명에 대한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정치부 기자들이 뽑은 ‘대선후보 적합도’ 1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승리 가능성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정치부 기자 10명 7명은 야권 단일후보가 새누리당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대선 맞대결을 펼칠 경우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될 후보 부문에서 불명예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지면에서는 정치부 기자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찾아보기 어렵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곤혹스러운, 문재인 상임고문에게 고무적인 결과라서 그런 것일까. 국민일보가 ‘사면초가’라는 기사를 내보내기 하루 전날에도 문재인 상임고문과 관련한 주목할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7월 4일 발표된 오마이뉴스-리서치뷰 정기 휴대폰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45.8%, 문재인 43.0%의 지지율을 보인 결과가 나왔다. 박근혜-문재인 맞대결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에게 곤혹스러운, 문재인 상임고문에게 고무적인 이번 여론조사 결과도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는 인용 보도에 인색하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훈훈한 여론조사만 보도의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인지 참으로 궁금한 대목이다.

대선 레이스가 가열될수록 언론의 속내도 점점 더 노골적으로 지면에 반영되고 있다. 신문 편집을 보면 대선에 대한 해당 언론의 속내가 비친다는 얘기다. 주목할 대목은 보수언론이 민주통합당 후보 가운데 문재인 상임고문만 콕 짚어서 견제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보수언론 지면을 보면 문재인 상임고문과 관련한 기사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주목하는 기사는 이어지고 있다. 문화일보 7월 4일자 6면(정치면) 편집만 봐도 그렇다.

<김두관, 첫 서울 기자간담회 “내 라이벌은 박근혜”…‘4대 불가론’ 공세>라는 기사가 머리기사로 실렸고, 한 쪽에는 <손 “맘 편한 세상으로”>라는 제목으로 손학규 전 대표와 관련한 기사가 배치됐다. 문재인 상임고문을 주목하는 기사는 배치되지 않았다.

보수언론이 문재인 상임고문에 대해 아예 외면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아일보는 7월 2일자 1면에 <“문재인, 청서 대주주 앞에 두고 금감원에 전화”>라는 기사를 실었다. 문재인 상임고문을 궁지로 몰아넣는 의혹에는 ‘깊은 관심’을 보인 셈이다.

문화일보도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가 나온 당일인 7월 2일자 <대선주자 문재인의 저축은행 비리 비호 논란>이라는 사설에서 “문 고문 측이 통화·청탁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검찰 판단과 처분 여하를 지켜볼 일이지만 문 고문의 ‘외압 전화’와 관련된 구체적 증언들이 보도되는 등의 정황은 예사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동아일보가 주장하고 문화일보가 전한 해당 의혹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문재인 상임고문은 자신의 트위터에 “동아일보에게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합니다. 특정 정당 특정 후보 도우미 역할 하지 말고 공정한 언론 역할 하시기 바랍니다. 언론은 심판이어야지 선수가 되려 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지적했다.

보수언론의 문재인 상임고문 집중견제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집중 견제의 이유는 무엇일까. 주목할 부분은 올해 대선의 경우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은 사실상 운명공동체와 다름없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권언유착’의 달콤함을 누렸던 보수언론들은 정권교체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종편 방송을 얻어냈는데 정권이 바뀌면 ‘조중동 방송사’에 부여된 각종 특혜성 제도가 없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특정 정당 편들기 행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미 그런 흐름은 감지되고 있다. 보수언론은 다양한 형태로 문재인 견제에 나서는 한편 ‘박근혜 띄우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 관련한 기사에는 긍정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동아일보는 7월 5일자 6면에 <박 “소통 강화”…홍보전문가 영입 ‘젊은캠프’로>라는 기사를 실었고, 옆에는 <세계적 디자인상 수상 ‘홍보달인’ 박, 수차례 직접 만나 참여 설득>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곁들였다. 문재인 상임고문과 관련한 기사를 내보낼 때와는 확연히 다른 뉘앙스의 편집인 셈이다.

보수언론이 알아둬야 할 게 있다. 보수언론이 야권의 특정후보를 콕 짚어 견제할수록 야권 성향 지지층은 그 후보에게 관심을 두게 된다는 점이다. 조중동이 견제하는 야권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를 상대로 진짜 경쟁력 있는 후보가 아니냐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