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법이 개정되면서 민영미디어렙(SBS 미디어크리에이트)이 출범했지만 정작 중소방송사들은 민영미디어렙을 기피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기존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독점체제에서 민영미디어렙으로 중소방송사를 분산 배치하는 ‘방송광고 결합판매 지원고시’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코바코로 향하려는 중소방송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중 가장 관심 가는 방송사는 OBS다. 코바코 체제에서는 지역민방은 SBS와 결합 판매되고 CBS는 MBC와 결합 판매되는 형태여서 코바코와 미디어크리에이트로 분류하기 쉽다. MBC, KBS와 연계되는 중소지역방송들은 코바코로, SBS로 연계되는 중소지역방송들은 미디어크리에이트로 배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OBS는 지상파 3사와 모두 결합판매 되었다. 때문에 OBS를 코바코로도, 미디어크리에이트로도 배당하기 쉽지 않다. 만약 방통위가 덩치 큰 OBS를 코바코나 미디어크리에이트 중 한 쪽으로 배당할 경우, 해당 미디어렙에 연계되었던 타 방송사들도 연쇄 이동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OBS 행보에 촉각이 곤두서는 것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OBS를 기존 체제대로 3사에 공동 배당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 방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코바코와 미디어크리에이트가 약 7대3 정도의 비율로 OBS의 결합판매를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OBS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코바코가 규정한 OBS의 연계판매비율은 76.7%지만 OBS는 광고판매의 96~97% 정도를 사실상 코바코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두 개의 미디어렙에 분할지정 된다면 남은 20% 가량의 광고판매를 책임질 주체가 없다. 즉 기존에 비해 수입이 20% 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OBS의 고민이다.

때문에 OBS는 분할지정될 경우 생존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OBS 내부에서는 “현행 유지대로 간다면 1년 안에 OBS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OBS는 2007년 개국 이래 4년여 간 1150억 원의 적자 누적으로 존폐기로에 놓인 상태다.

OBS 이충환 경영기획실장은 “종교방송의 결합판매비율이 8~90%에 이르는 반면 우리는 76.7%에 불과하다”며 “결합판매 비율이 낮은데 현 광고시장 상황으로는 자체판매 하기도 어려운 처지”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큰 폭의 적자를 보고 있는데 현 체제가 유지되어 양 미디어렙에 함께 배당될 경우 코바코나 미디어크리에이트 어느 쪽이 우리 사정을 챙기겠나”라고 말했다.

종교방송 측의 한 관계자도 “한 쪽으로 가면 아예 한 쪽으로 가야지, 양 측에 동시에 붙어있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양 쪽에 책임이 나눠져 있다면 정확히 법으로 정해진 결합판매비율만 보장하지, 그 이상은 책임지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OBS는 현행 유지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 쪽으로 배당된다고 해도 미디어크리에이트는 원하지 않는다. 이는 OBS 뿐 아니라 타 종교방송도 마찬가지다. CBS, 평화방송, 불교방송, 원음방송 측은 지난달 14일 사장 공동명의 성명을 통해 “공영미디어렙에 연계할 것”을 요구했고 OBS도 27일과 3일 잇달아 임직원 일동의 성명으로 코바코에 넣어줄 것을 요구했다.

OBS가 미디어크리에이트에 들어가기 어려운 이유는 미디어크리에이트가 방송권역이 겹치는 경쟁사 SBS가 주도하는 미디어렙이기 때문이다. 코바코는 공영인 만큼 중소방송사들에 대한 지원을 이어왔지만 경쟁사가 결합판매비율 이상을 보장할 가능성은 없다. 그동안 SBS에 연계되어 미디어크리에이트로 편입되었던 불교방송, 원음방송도 코바코 체제보다 수익이 줄어든 것도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이충환 실장은 “2순위로 미디어크리에이트를 적었지만 여기에 편입되더라도 최소 생존은 보장 받아야 한다”며 “SBS가 소속 PP 영업에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데 경쟁사인 OBS에 신경 쓸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방통위가 조정해야 하는데 그냥 손 놓고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종교방송 측 관계자도 “공중파 방송의 경우 암암리에 자회사들을 위한 결합판매를 하고 있다”며 “자회사들의 상황도 좋지 않은데 타 매체를 챙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바코야 공영인 만큼 중소방송의 공적영역을 존중했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민영미디어렙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BS 측도 사실 OBS가 미디어크리에이트에 포함되는 것을 반기는 표정은 아니다. 신동욱 SBS 미디어홀딩스 이사는 “법치주의에 가장 부합한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기본 스탠스”라고 말했다. 현행대로 연계판매 체제를 이어나가고 이에 따라 OBS는 지상파 3사가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신 이사는 “우리들의 기본 입장은 방통위 고시가 나오면 그대로 따른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SBS 측 관계자도 “상식적으로 OBS의 송출범위가 수도권으로 넓어졌고, 스카이라이프나 IPTV를 통해 점점 권역을 넓혀가고 있다”며 “그렇다면 지금 현재 상황과는 별개로 기본적인 인프라는 SBS와 경쟁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OBS의 광고매출을 SBS가 단독으로 맡아 보장해 주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점은 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OBS나 종교방송 모두 비교적 안정적으로 판단되는 코바코 결합판매를 바라고 있다. 종교방송 측 관계자는 “물론 미디어렙법 개정으로 독점체제가 무너진 만큼 총 수입이 감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각 방송사별로 지정된 결합판매비율이 코바코에서는 출발선이 될 수 있는 반면 미디어크리에이트에서는 상한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