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가슴이 아프다.”

이명박 대통령 형님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검찰에 출두하면서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그의 이러한 말에 언론은 주목했다. 언론은 그의 발언을 7월 4일자 지면에 ‘제목’으로 뽑아서 옮겼다.

"정말 가슴이 아프다" 형님의 자탄 - 한국일보
검 앞의 '권불오년'…"가슴이 아프다" - 서울신문
검찰 간 이상득 "가슴 아프다" - 중앙일보

정말 가슴이 아프다는 의미가 무엇이었는지는 이상득 전 부의장만 알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만사兄통’으로 불리는 이명박 대통령 형님의 검찰 출두를 전하는 언론의 프레임이다. 77세라는 고령의 나이에 취재진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모습, 심지어 발을 헛디뎌 휘청거리는 모습 등이 사진 기사로 전해졌다.

세계일보는 7월 4일자 2면 <휘청거린 '상왕'>이라는 기사에서 "이 전 의원은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잠을 설친 듯 수척해 보였다"면서 "그는 조사실에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에게 '가슴 아프다'는 말을 두 번 했다"고 보도했다.

언론이 전하는 모습은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얼마나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부분 보다는 안타깝고 짠한 이미지가 부각돼 있다. 절대 권력의 중심에 섰던 대통령 형님이 검찰에 출두하는 것으로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게 잘 나가더니 참 딱하게 됐다”라는 동정론을 펼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박은지 진보신당 대변인은 “‘정말 가슴이 아프다’는 형님의 자탄 앞에서 그동안 MB정권에 의해 상처받은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언론장악에 맞서 취재현장이 아니라 거리에서 여전히 싸우고 있는 언론인들, 공권력의 과잉진압에 피 흘리고 다친 시민들, 유신정권을 방불케한 민간인 사찰의 피해자들, 이상득 전 의원은 구치소에서 MB정권 때문에 가슴 아팠을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제대로 죗값을 치르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검찰이 정말로 제대로 수사를 할 것인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명박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주변의 ‘우환’을 털어주려는 의도가 아닌지 눈여겨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 검찰이 언제부터 권력 핵심부와 관련한 사건에 제대로 된 수사를 했는지 되물어볼 대목이다.

권력형 비리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 검찰은 아직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번에 대통령 형님이 검찰에 소환되는 모습이 TV와 신문 등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매듭’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둘러싼 의혹은 하나, 둘이 아니다. 검찰이 속전속결로 수사의 속도를 내는 것은 좋지만 서둘러 정리하려는 인상을 줘서는 곤란하다.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정권이 바뀌면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물론이고 이명박 대통령 주변부의 ‘부패’ 문제에 대해 재수사 여론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7월 4일자 <이상득 소환 검찰 대충 털어버릴 생각 말라>는 사설에서 “국민이 품고 있는 의혹과 수사에 대한 기대치는 이 정도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번번이 메아리 없는 주문을 반복하기도 공허하지만 제발 이번에야말로 검찰은 제대로 된 수사 결과를 내보이라”고 주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자화자찬’ 발언으로 입방아를 자초했다. 여론의 차가운 시선은 현실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인식 때문이다. 한겨레는 7월 4일자 1면에 이명박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비리와 관련해 도표로 정리한 내용을 보도했다. 일일이 다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취가 풀풀 풍기는 부패의 연속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이명박 정부 검찰의 수사 결과가 이 정도라는 얘기다. 정말 제대로 된 수사를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의 가면 속 얼굴의 실체, ‘진짜 몸통’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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