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례조회를 빌어 그 동안의 고민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 드리려 합니다. 저는 이제 곧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7월 8일 땅끝 마을 해남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기로 했습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8일 도청 강당에서 열린 정례조회에서 경남도지사직 사퇴를 공식 선언했다. 김두관 지사는 이날  두 가지 중요한 선택을 알렸다. 우선 2012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이고, 경남도지사 사퇴다.

김두관 지사가 경남도지사직을 던진 것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도지사 임기를 성실히 마무리하겠다는 도민과의 약속, 지역주의 극복과 민주도정이라는 대의를 들어 도지사직을 계속 수행해 주기를 강력히 요청하는 분들도 있었다”면서 “출마를 반대하는 분들이 사택으로 찾아오기도 했고, 제 아내도 처음에는 임기를 채우라고 눈물로 호소했다”고 말했다.

김두관 지사의 아내조차 처음에는 임기를 채우라고 눈물로 호소했다는 설명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김두관 지사의 측근을 제외하면 공개적으로 ‘경남지사 사퇴’를 요구한 이들은 많지 않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물론 야권의 대선 승리를 기대하는 쪽에서도 경남지사직을 유지한 채 대선에 출마하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경남지사 사퇴는 정치적으로 ‘양날의 칼’이다. 김두관 지사의 경남지사직 사퇴는 대선 출마에 대한 진정성을 알리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대선출마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차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는 정치적 포석이 아니라 2012년 대선이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건 승부수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김두관 경남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한 채 대선에 출마한다면 ‘페이스 메이커’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분위기를 띄우고자 나선 것이지 그의 목표는 차차기 대선이라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두관 지사의 대선출마는 이미 기정사실화 됐고 지사직 유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번질 무렵 그는 지사직을 던지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정치인 김두관 입장에서 지사직을 던지는 것은 기득권을 내놓는 선택, 정치적 승부수로 인식될 수 있지만, 야권 입장에서 볼 때는 평가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김두관 지사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되건 되지 않건, 이번 대선에서 새로운 경남지사를 뽑는다는 것이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주목할 부분이다. 야권이 우려하는 부분은 2년 만에 경남지사 선거를 다시 하게 된 것에 대한 ‘정치적 책임론’이 불거질 경우 범야권의 대선 전략에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이다.

경남은 범야권이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의미 있는 성적표를 내야 하는 공간인데 김두관 경남지사직 사퇴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안팎에서 그의 대선 출마를 반기면서도 지사직 유지 의견이 강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김두관 지사는 자신이 지사직을 던지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제 운명을 바꾼 결정적인 요인은 민주통합당의 총선 패배였다. 4. 11 총선 전까지만 해도 이번 대선 출마는 저의 몫이 아니었다. 야권의 승리가 확실한 상황이었고, 대선에서 상대후보를 이길만한 선발주자군도 있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오만과 독선과 방심으로 승리를 헌납하고 말았다. 국민들이 정권보다 우리 야권을 먼저 심판했다. 민주당에 위기가 왔고, 대선 위기로 이어졌다. 이대로는, 지금의 대선후보군으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는 전망이 쏟아져 나왔고, 당 내부에서 저의 출마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결국 민주당 내부의 대안부재론이 지사직 사퇴라는 결정의 배경이라는 얘기인데 문제는 주장과 현실에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범야권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대적할 인물은 김두관 지사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그의 대선 출마 선언이 있어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거꾸로 지지율이 미약한 상태에서 경남지사직을 던지고 대선에 출마한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프레시안이 정치부 기자 22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보면 김두관 지사는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 부문에서 34.7%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35.6%에 맞먹는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민주당 경선 승리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묻는 질문에는 문재인 상임고문이 61.7%, 김두관 지사가 23.0%로 문재인 상임고문의 승리를 점친 정치부 기자들이 월등히 많았다. 김두관 지사 입장에서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통과가 만만치 않은 과제라는 얘기다.

정치부 기자들의 평가는 그나마 후한 편이다. 일반 여론조사에서 김두관 지사의 파괴력은 아직 높지 않다. 한겨레가 7월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후보로 누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문재인 43.1%, 손학규 17.5%, 정동영 8.3%, 김두관 5.4% 등으로 나타났다.

김두관 지사는 문재인 상임고문은 물론이고 손학규 전 대표나 정동영 상임고문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한 셈이다. 야권 지지층에서는 61.2%가 문재인 상임고문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대선은 6개월도 남지 않았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최종 승자가 정해지는 시기는 3개월도 남겨놓지 않았다.

김두관 지사에게는 분명 만만찮은 승부가 될 전망이다. 안철수 원장과의 범야권 단일화나 박근혜 전 대표와의 본선을 걱정하기에 앞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에서 문재인 상임고문이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는 현실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일반인은 물론 정치부 기자들도 문재인 상임고문의 승리를 점치는 이들이 월등히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김두관 지사가 패배의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정치인 김두관의 강점은 어려운 길인 줄 알면서 도전하는 그 정신에 있기 때문이다. 범야권에서 안철수 문재인 등이 유력 주자로 부각되고 있지만, 그들의 결정적 한계가 불거지면 여론의 흐름은 급격하게 김두관 지사 쪽으로 쏠릴 가능성도 있다.

분명한 것은 김두관 지사가 자신 앞에 놓여 있는 정치적 과제를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경남도지사 사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특히 경남 지역의 여론을 어떻게 긍정적 시선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지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또 안철수 문재인 등 경쟁후보에 비해 자신이 ‘박근혜 대항마’로 적임이라는 점을 분명한 근거와 구체적인 수치로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두관 지사는 대선출마의 포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본과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통합을 이루어 갈 능력과 뚝심,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마지막까지 견디며 승리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부터 서민들과 부대끼며, 서민들과 같은 눈높이를 가진 사람만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이 길이 가시밭길이고 한 치 앞도 분간 못하는 안개속일지라도 당당하게 대담하게 걸어 들어가기로 하였습니다. 제가 걸어온 길이 양지였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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