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교체에 따라 김재철 사장 퇴진 결정 가능성을 시사했던 이상돈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이 27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향해 '민심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일갈했다.

'MBC 파업은 노사 문제로 정치권이 나설 수 없다'고 못박은 이한구 원내대표를 정면으로 비난하면서 MBC 파업에 대한 새누리당의 전향적인 결정을 촉구한 셈이다.

이 전 비대위원은 'MBC 사태, 19대 국회, 그리고 대선'이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새누리당이 152석을 얻은 4. 11  총선 결과는 "국민이 협력하는 국정, 대화하는 국회를 주문한 것"이라며 "이것이 민심이라면 MBC 사태도 그런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비대위원은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보도 보장은 해묵은 문제"라며 "하지만 이명박 정권 들어서 정권과 MBC와의 관계는 상식선을 넘은 것이다. 비록 MBC 보도팀에게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사측이 지금까지 취해 온 조치는 보통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MBC의 사(使)는 단순히 사장이 아니다. 법에 의해 설립된 방문진이 바로 사(使)인 것"이라며 "방문진 이사는 대통령, 여당, 야당이 동수로 지명하고 있으니 이 때문에 MBC가 공영방송인 것이다. 공영방송에 고장이 나면 정치권이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밝혔다. 현재 MBC 관리 감독 권한을 가진 방문진이 사실상 MBC 파업과 김재철 사장 거취 문제에 대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면서 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전 비대위원은 "MBC 사태가 해법을 못 찾게 되면 19대 원 구성이 안 될 것이고, 그러면 이런 상황은 새누리당에게 결정적으로 악재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특히 "새누리당은 1당이기 때문에 책임도 크다. 또한 대선을 앞두고 있지 않은가"라며 "그래서 나는 새누리당이 이 문제를 대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전 비대위원의 발언은 이날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여야 원 구성 협상에서 쟁점이 된 MBC 파업과 관련해 의견 접근을 이뤘다는 언론보도와 방문진 이사 교체에 따른 김 사장 퇴진에 대한 문제를 부인한 뒤 나온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노사 분규는 자체 해결해야지 외부에서 자꾸 입김을 집어넣으면 오히려 결과에 책임질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상임위 차원에서 MBC 파업 사태 청문회를 개최하는데 여야가 논의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합의된 바가 없다. 그건 논의가 진전됐든 안 됐든 저로선 그걸 용납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이 전 비대위원의 방문진 교체 이사에 따른 김재철 사장 퇴진 방안에 대해 "저는 그게 무슨 말이지 당최, 그분 기금 우리 당하고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저도 모르겠다"며 "제가 원내대표로 있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상돈 전 비대위원과 이한구 원내대표의 신경전은 MBC 파업이 여야 논쟁에 이어 여권 내에서 파열음을 내고 진통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어서 김 사장의 반대 여론이 더욱 거세질 경우 내부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MBC 노조는 파업 사태 해결과 관련해 여야 의견 접근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서 이한구 원내대표 등 여권내 사태 해결에 의지가 없는 세력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MBC 노조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이 전 비대위원의 발언 이후 방문진 선임 방식을 거론한 점, 파업 사태 돌파구로 김재철 사장 책임론을 언급한 점, 김재철 사장의 검찰 수사를 촉구한 점 등을 들어 "진전되고 있는 국회 원 구성 협상의 와중에서 김재철 사장 처리와 퇴진 문제와 관련해 여당 측과 상당한 교감을 나눈 가운데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MBC 노조는 이 전 비대위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김재철 사장의 조속한 자진 사퇴만이 MBC 사태를 풀 최선의 해법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결국 떠밀려 나가게 될 거란 논지의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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