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삼성가의 사도세자 이맹희>를 통해 삼성가 재산분쟁의 역사와 이면을 보여준 이용우 전 중앙일보 편집부국장(이하 직함 생략)이 두 달 만에 새 책을 펴낸다.

전작에서 삼성가 장자 이맹희의 몰락에 담긴 사연을 전하며 자신이 몸담은 중앙일보가 삼성정보부 역할을 했다고 털어놓은 이용우씨. 그가 이번엔 <삼성가의 탐욕과 저주>(가제·평민사)라는 새 책을 6월 중에 내놓는다. 이 책엔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과 중앙일보 기자들이 어떻게 이건희 회장의 삼성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데 동원돼 왔는지에 대한 그의 생생한 기억과 고백이 담겨있다.

이용우씨에 따르면 이맹희에 대한 투서가 이병철의 장충동 집으로 날아들던 시기, 홍진기 등 이병철의 측근이 나서서 이맹희를 낙마시키기 위해 중앙일보를 동원했다. 이병철의 중앙일보 창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이후 회장에 오른 홍진기는 중앙일보를 동원해 사위인 이건희에게 힘을 실어주려 했다는 것이 이용우씨의 주장이다.

   
 
 
홍진기가 중앙일보 사장으로 재직하던 1979년. 중앙일보는 ‘노루피 사건’과 이맹희를 연루시키려 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이는 10·26 쿠데타 직후 공안당국의 감시가 강화된 시기에 대구 지역 검찰 간부, 중앙정보부 요원 등이 밀렵을 벌여 산짐승의 피를 마신 사건으로, 당시 이 사건이 알려지자 중앙일보는 대구 주재기자 이용우씨에게 “이맹희를 엮어라”라고 지시했다고 그는 전했다. 그러나 당시 이맹희는 해외에 있었고, 이용우씨도 데스크의 지시를 거부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사례 외에 대부분에 대해서는 데스크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그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삼성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움직임을 중앙일보들이 앞장서서 막은 것을 들었다. 그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나는 물론 전국의 중앙일보 기자들이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삼성의 무노조경영과 관련해 이용우씨는 전두환 정권 말기 1987년 6·29 선언 이후 노사갈등이 전국을 휩쓸면서 정주영의 현대마저 노조설립을 허용했지만 삼성은 달랐다며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노조 설립은 용인할 수 없다’는 이병철의 말 뒤에는 ‘삼성 계열의 재벌언론사인 중앙일보가 버티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삼성은 노사갈등의 현장에 투입된 취재기자의 동향 파악, 정부와 검·경찰의 대응은 물론 모든 정보를 미리 입수했을 정도였다고 그는 주장했다.

“일부 근로자들은 사회단체들과 조직적으로 연계하여 노조 설립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서기 마련이었다. 그럴 때마다 현장에서 취재 중인 중앙일보 기자들을 동원, 현지 경찰의 지원까지 받아가며 노조 설립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했기 때문이다. (중략) 그래서 한때 취재 현장에서는 일부 과격한 근로자들이 취재 외적인 일에 신경을 쓰는 중앙일보 기자들을 향해 삿대질을 해가며 ‘삼성의 사냥개’라고 극단적인 표현으로 노조 설립의 훼방꾼 취급을 하고 규탄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이씨는 “삼성의 정보 수집력과 로비력, 영향력 등이 우리 사회 각 분야의 구석구석에까지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것은 바로 삼성의 금력(金力)에다 중앙일보의 막강한 조직적 취재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 당시 사회부 차장으로써 데스크였던 그의 임무에는 울산, 부산, 창원, 마산, 거제 등 노동벨트로 불리는 지역에서 기사송고 뿐 아니라 ‘노사갈등 대응’도 있었다. 이씨는 1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그 사례로 1987년 경남 양산의 삼성전관 노조 건설 시도 건을 들었다. 이씨는 “당시 울산경찰서장은 주동자 42명을 경찰서 강당에 모아놓고 얼차려를 주고 ‘다시는 노조 설립 시도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중앙일보 기자들이 직접 백골단을 요청하고, 자금도 지원했다”며 “평기자들이 노동청의 전략, 야권의 움직임을 취재해오면 하나는 기사로 만들고, 그 중 중요한 정보는 팩스로 본사에 보냈다. 이 정보는 삼성 비서실로 흘러들어갔다”고 전했다.

이씨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삼성을 위해 복무하면서 살아왔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몹쓸 짓을 많이 했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또 책 출간 이후 여기저기서 압력을 받았다며 “굴지의 언론들이 나를 취재했지만 아느 언론에서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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