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안 하면 신문의 길을 걷게 된다.”

지상파4사 N스크린 연합플랫폼인 ‘푹’ 책임자인 김혁 SBS 정책팀 차장의 말이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이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유를 묻자 김 차장은 이 배경을 이렇게 요약했다. 지상파 플랫폼의 위기의 시대라는 지적이다.

지상파 시청률이 하락 추세이고, 인기 드라마의 ‘대박 시청률’도 90년대에 비해 반토막 수준이다. 광고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를 가진 지상파로서는 위협적인 상황인 셈이다. 또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도 최저 수준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가 5.6%인 97만 가구에 불과했다. 그 결과 올해 1월 M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이 재송신 분쟁 과정에서 KBS2를 끊자 전국 1500만 가구가 시청 피해를 입었다.

지상파는 적극적으로 유료 서비스 강화쪽으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운동장’은 인터넷이며, ‘선수들’은 지상파 연합팀이다. MBC와 SBS가 각각 ‘푹’, ‘고릴라’로 해오던 것을 지상파4사로 확대해 ‘푹’ 서비스를 오는 7월부터 제공한다. MBC와 SBS가 각각 40억 원을 투자해 콘텐츠연합플랫폼(주)을 만들었고, KBS·EBS도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상파·지상파 계열 PP·씨앤앰·티브로드 등 약40개 실시간 채널(전문 편성 채널 포함)과 25만 편의 VOD를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7월 27일 시작하는 런던 올림픽 전에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들 방송사들이 OTT 서비스에 진출하는 것은 인터넷쪽으로의 미디어 환경 변화가 영향이 컸다. 최병환 CJ헬로비전 상무가 지난 25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에서 발표한 ‘N스크린 서비스의 10가지 키워드’에 따르면, ‘티빙’(TVing) 자체 조사 결과 ‘온라인 동영상 이용 의향’이 현재 41%에서 미래에 50%로 증가했다. ‘무료만 이용’은 16%였고, ‘요금에 따라 이용’은 82%였다.

해외 시장의 경우에는 OTT 시장의 성장세가 더욱 낙관적이다. 방송통신 연구기관 ‘인포마 텔레콤앤미디어(Informa Telecoms & Media)’ 작년 조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전체시청자(인터넷보유자)에서 온라인 동영상 시청자의 규모가 68%에 달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OTT 서비스인 훌루의 경우 무료 서비스인 훌루는 이용자가 이미 작년에 2700만 명을 돌파했고, 2010년 6월에 출시한 훌루플러스는 현재 100만 명 이상이 매달 7.99달러를 이용료로 내고 있다.

요하네스 라쳐 수석부사장(인터내셔널 총괄)은 지난 23일 SBS 주최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연구조사 결과 훌루는 인지도, 선호도, 구입 의도를 봤을 때 전통적인 TV 플랫폼보다 여러 마케팅 지표에서 앞서고 있다”며 “투자 대비 효과 면에서 광고주에게 확신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TV 본방, VOD, 다운로드 등으로 서비스 이용 행태가 다변화 되면서 더 이상 ‘공짜 콘텐츠’는 없어지는 시대로 가는 셈이다.

그러나 국내외 시청·시장 환경이 이렇더라도 현재 국내에서 OTT 분야에서 제대로 수익을 얻는 곳이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작년 3월 CJ헬로비전이 ‘티빙’을 출시했지만, 현재 유료 가입자가 10만 명 이하다. 큰 이유는 수익 모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하네스 라쳐 부사장은 “콘텐츠 이용료와 광고 수입을 둘 다 가져갈 것”이라고 훌루의 수익 모델을 밝혔지만, 현재 국내 OTT 서비스는 광고 수입에 대다수가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온라인 동영상 이용자가 늘어나고 트래픽이 확보돼 유료화를 도입하는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최병환 상무는 콘텐츠 유료 구매의 조건을 △콘텐츠의 전문성·희소성 △고화질 △가격 할인 △다운로드 가능 여부 등으로 꼽았다. 업계에서는 이용자들의 수요를 좌우하는 것을 ‘값싼 콘텐츠’로 보고 있다. 한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OTT가 각광을 받는 것은 미국 케이블 요금이 40~50달러에 달해 상대적으로 값싼 OTT를 이용하게 되는 시장적 요인이 있다”며 “반대로 세계 최저 수준의 유료방송 요금 체제인 한국에서는 OTT를 통한 수익 창출의 한계가 여실하다”고 밝혔다.

결국, 현재 값싼 케이블 요금보다 더 낮은 요금을 책정해야 하기 때문에 OTT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IPTV처럼 가입자가 500만 명을 돌파하더라도 통신사들이 IPTV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처럼, OTT 이용자가 증가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유료 방송 시장 구조에서는 수익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가 증가하더라도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딜레마’는 정책적 측면에서도 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논의 중인 망중립성 정책의 향배 때문이다. 망 중립성 원칙은 ‘모든 망 이용자는 망을 이용하는데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통신사가 콘텐츠 사업자 등에 트래픽을 이유로 망 이용 대가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OTT 이용자가 늘고 OTT 사업자가 고화질 화면을 제공할수록 트래픽은 올라가게 된다. OTT 사업자는 수익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는 지금보다도 더 많은 비용의 망 이용 대가를 통신사에 지불할 수밖에 없게 된다. ‘수익성 악재’가 우려되는 까닭이다.

정리하자면, 현재 국내 OTT 시장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벼랑 끝에 서 있다고 판단하는 지상파는 기존 시장을 방어하고 플랫폼 영향력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N스크린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반면, 통신사, 케이블, 포털 등은 TV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고 있다. 사업자 간 갈등이 우려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 콘텐츠는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병환 상무는 “궁극적으로 편리하고 시장 친화적인 서비스 및 수익모델 발굴에 성공하는 사업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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