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KBS,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소위 ‘낙하산’이라 불리는 사장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도 공정성은 ‘그들만이 만드는 방송’으로 더 후퇴했고 시민들의 관심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장기화될수록 파업은 고착되고 조합원들의 피로도는 높아지고 있다.

언론장악 청문회와 공영언론의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19대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면, 보다 쉬운 경로로 공정방송 확립과 낙하산 사장 퇴출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과반의 의석을 획득하면서 향후 투쟁 방향과 출구전략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됐다. 16일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과 언론파업’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마땅한 해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발제자는 파업의 목표를 다시 환기 시키는데 그쳤고 토론자들은 애매한 해법을 내놓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날이 선 부분은 이른바 ‘출구전략’이었다. 이에 대해서도 사실상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인식은 대체로 궤를 같이 했지만, 정치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공영언론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있었다.


주제발표를 맡은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총선 결과가 패배로 떨어지자 마치 파업(종결)의 유일한 조건인 것처럼 ‘지배구조 개선’ 목소리가 나왔다”며 “하지만 낙하산 퇴출이라는 파업의 목표가 성사된 이후 지배구조 개선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옳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힘을 합쳐 앞으로 한 달 동안 19대 국회에서 여야 행보를 철저히 감시하고 통합민주당을 강력히 견인해야 한다”며 “파업대오와 언론노조 그리고 시민사회가 바로 지금 국면의 위중함을 정확히 판단하고 확고한 입장과 강력한 행동으로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효율적 여론전으로 시청자와 독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시민사회와 확고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균열 없이 연대해야 한다”며 “낙하산 퇴출과 해직 언론인·방송노동자의 전원 복직, 방송파업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의 민주적이고 공개적인 방식의 구성, 이후 국회에서 언론장악 청문회 개최 여부와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석운 민주언론연합 공동대표는 “사상 유래 없는 언론사 동시파업이 장기간 진행되고 있고 희망캠프로 건곤일척의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이라면 파업을 접는게 맞다’는 식의 언급은 투쟁의 김을 빼는 잘못된 언행”이라며 “전규찬 대표가 말하는 것처럼 어설프게 출구론을 이야기하는 움직임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박 대표는 "발제문이 너무 출구론에 집착해 전체적 균형을 잃게 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전규찬 대표의 주제발표는 항간에 떠도는 ‘출구론’에 대해 비판했지만 박석운 대표는 애초에 출구론 자체가 없었다며 용어 비판을 한 것이다. 박 대표는 “현 시점에서 투쟁 방향은 사즉생의 기세로 투쟁의 화력을 총집중해야 하며 SBS노조, CBS노조 등의 결단으로 투쟁 전선을 확대하고 국민대중과 함께 투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남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정서는 낙하산 사장과 일을 할 수 없다는 의식이 확고하다”며 “파업이 길어지면서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조합원들은 질기고 독하고, 즐거운 투쟁을 벌이고 있고 시민들과의 호흡과 연대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투쟁 동력은 충분하다고 보지만 효과적이고 감동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 수석부위원장은 “다만 발제문의 제도개선 방향과 관련해 물론 법제도 개선 필요하지만 이것이 적당히 정략적이고 현재와 비슷한 형태로 가는 건 언론노조로서 반대한다”고 말했다.

박지민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은 “사실 이번 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적고 공영방송의 제도개선 필요성에 뼈저리게 공감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며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파업의 의미와 공영방송의 기능을 알리고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에 기대할 것은 없고 민주당도 견인 대상”이라며 “해군기지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이 총선 전후가 완전 다르고 그런 모습이 한 번이 아니라 누차 드러나왔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언론노조도 민주당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며 “강고한 투쟁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 우물이 아닌 부엌에서 숭늉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KBS 구노조가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한다며 의원실에 안을 들고 왔기에, 새노조가 파업으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일광욕을 즐기다 어느 정도 소강상태가 오니 이제 전과를 따겠다고 달랑 제도개선 안을 단독으로 들고 온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했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출구론이란 용어로 사용하는 것은 이미 패배주의를 내포하고 있고 싸우는 동지들에게 치욕적인 표현”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 의원은 토론자들이 정치권에 대한 기대감을 내려놔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전폭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요구가 훨씬 압박이 된다”며 “민주당은 언론의제를 최전방에 배치할 것이며 박근혜와 새누리당에 입장을 밝히라고 하는 것 보다 그들의 언론관을 규정하고 비판하는 것이 시청자, 시민들과 함께 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새언론포럼, 언론광장,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참여연대, 한국인터넷기자협회가 주최했으며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의 사회로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가 주제발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강성남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 박주민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 윤성도 KBS 새노조 정책실장,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 전병헌 의원이 참여했다. 부산일보 출신의 배재정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도 토론을 참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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