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최근 삼성가의 상속 재산 분쟁과 더불어 화제가 된 ‘삼성가의 사도세자 이맹희’의 저자 이용우(전 중앙일보 편집부국장)씨를 인터뷰하고 12일 토요일자에 한 면을 털어 게재하기로 했다가 지면 성격 등을 이유로 게재를 미뤄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이용우씨와 유인경 경향신문 부국장에 따르면, 유 부국장은 9일 오후 2시간 정도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내용은 최근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삼성가의 내밀한 이야기, 상속재산을 둘러싼 재판에 대한 전망, 책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었다. 유 부국장은 이 인터뷰 기사를 토요일자로 게재할 계획이라고 이씨에게 전했지만 당일 지면은 고승덕 새누리당 의원 인터뷰 기사로 바뀌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심층 보도라는 토요일판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경향신문 관계자는 누락된 인터뷰가 인물란에 실릴 예정이라면서도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용우씨는 기사 누락을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보통 언론사에서 부국장급이 쓴 기사는 주제가 뭐든 웬만하면 킬(기사 누락)하지 않고 문단 하나도 고치지 않는 게 관행”이라며 “지면 계획이 결정돼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킬된 것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어 “책이 아니라 삼성가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었다”며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사 누락 배경에 대해 “유인경 부국장이 본인 의사에 의해서 (기사를) 접은 게 아니고 다른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에 대한 눈치보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의심이다.

유인경 부국장은 통화에서 “토요일자 지면 성격이 특정 사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해석하는 기사가 위주인데 ‘인터뷰가 성격과 안 맞는다’고 들었다”며 “당시 데스크(이중근 에디터)의 결정을 납득한다”고 밝혔다.

유 부국장은 ‘삼성 관련 기사이기 때문 아니냐’는 의심에 대해 “삼성 때문에 기사를 못 쓴다고 한다면 발제(기사 제안)했을 때 얘기가 있어야 했겠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명예훼손을 당할 각오가 돼 있다’는 말을 듣고 다소 일방적인 주장도 기사로 썼다”고 말했다.

유 부국장은 “사소한 오해인 것 같다”며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인물란에 게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용우씨는 <삼성가의 사도세자 이맹희> 집필 취지에 대해 “이맹희씨(전 제일비료 회장)에 대한 그릇된 사회적 이미지를 심은 것이 삼성 비서실”이라며 “이런 모습을 알리고 싶은 순수한 동기에서 쓰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6월 말 출간을 목표로 속편을 준비 중이라며 “현재 삼성가 분쟁을 이해하려면 총수 자리가 이건희씨에게 넘어간 경위와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과 홍진기(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부친)씨의 관계에 대해 알아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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