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100여 일을 훌쩍 넘기고 있는 MBC 노조 조합원 가운데 일부 아나운서들의 노조탈퇴와 앵커복귀 사실이 나타나자 아나운서 내부에서도 이들에 대한 쓴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MBC의 고참급 아나운서인 박경추 아나운서는 12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종교적 이유로 파업을 거부한 양승은 아나운서의 복귀 후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로 기용된데 이어 배현진 아나운서가 11일 “끌려다니기 싫다”며 평일 <뉴스데스크> 앵커로 복귀한 데 대해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특히 박 아나운서는 “몇몇 아나운서의 방송복귀를 보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요…사실 그 친구들의 성향과 그간의 행태는 아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놀랍지 않다는 것을 이제서야 밝힙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희 단단합니다”라고 박 아나운서는 강조했다.

박 아나운서는 배 아나운서에게는 더욱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어제 5월11일은 두고 두고 오랫동안 기억할 날”이라며 “당신의 선택, 후회가 되지 않는다면…두고두고 후회하리라”고 지적했다.

박 아나운서는 지난 1997년 입사해 그동안 <아주 특별한 아침>,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현지 메인 MC 등을 맡았고, 현재는 일요일 낮 방송되는 <출발 비디오여행>을 양승은 아나운서와 함께 진행해왔다.

이를 본 박소희 MBC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라간 아나운서의 입장발표가 이기심을 포장한 거짓이라는 증거들을 말씀드릴 수도 있지만 제 트친님들께 더 하고 싶은 말은 사측이 소위 전문가라며 고용한 계약직 앵커들이 그들의 복귀와 함께 가차없이 잘려버렸단 사실”이라며 “사람을 일회용처럼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기자는 이어 “왜 임시직 기자, 앵커채용은 그토록 거부했었는지 이번 일만 보아도 아실듯하다”며 “그런데 사측은 또다시 계약직 기자 채용을 준비중이라네요. 이 싸움. 언론인을 조직의 부속품으로 치부해버리는 언론사에서 무슨 가치있는 뉴스가 만들어지겠습니까”라고 성토했다.

파업불참자에 대해 박 기자는 “저희는 파업동참자 vs 불참자로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정방송을 시청자에게 보여드려야겠다는 의지로 권력에 편파적인 사측과 싸우고 있습니다. 이 싸움이 개인적 사소함과 치졸함으로 전락하지 않게해주세요. 상황을 이지경으로 몰고온 사측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앞서 배 아나운서는 11일 사내게시판에 파업거부 앵커복귀의 변을 올려 “그 길고도 짧은 시간동안 진실과 사실 사이의 촘촘한 경계를 오가며 무척이나 괴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라며 “적어도 뉴스 앵커로서 시청자 이외의 그 어떤 대상에도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습니다”라고 밝힌 뒤 파업 103일 만인 이날부터 뉴스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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