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100일을 맞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정영하)의 파업은 보도국에서부터 시작됐다.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기사가 누락되거나 축소되는 사태가 반복되자 MBC 기자회가 지난 1월25일 뉴스 제작거부에 나선 것이 총파업의 불씨가 됐다.

기자회는 제작거부를 선언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 한미 FTA 논란 등 정부 비판적인 뉴스를 정상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고백해 MBC의 맨살을 드러냈다.

이후 기자들이 공개한 불공정 보도사례는 총리실 민간인 사찰, 김윤옥 여사 로비 개입 의혹, 장관인사 청문회 검증, 대학생 반값 등록금 시위, KBS 도청의혹, 한진중공업, 위키리크스 보도 누락 등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았다.

이어 5일 뒤인 1월30일 언론노조 MBC본부가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공영방송 MBC의 직분을 다하지 못했다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본격적인 사장 퇴진 운동이 시작됐다.

김 사장 취임 이후 직접적인 탄압을 받았던 시사교양국과 라디오본부 조합원 거의 대다수가 파업에 참여하면서 파행 방송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김 사장이 친정체제를 통해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을 탄압하고 <후플러스> 등의 시사프로그램들을 폐지한 것에 대해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한 조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PD들이 파업 중 제작한 <파워업 PD수첩>을 통해 그동안 어떻게 아이템을 검열당하고 취재중단 압력을 받아왔는지를 고발하면서 대외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동안 에서 한상대 검찰총장 인사논란, 유성기업 사태, 제주 강정마을 사태, 한미FTA 취재 등이 취재저지를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 사장은 또 김미화씨에게 직접 하차 압력을 행사하는 등 사회 참여적인 연예인을 라디오방송에서 차례로 퇴출시켰다는 이유로 라디오본부 구성원들의 공분을 샀다. MBC는 이들 연예인들의 출연 금지를 합리화하는 ‘소셜테이너법’을 만들어 MBC 안팎에서 조롱을 받기도 했다.

사측의 파업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화채널을 가동해 갈등을 해소하는 대신 징계와 소송이라는 강경대응으로 찍어 누르려고만 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추후 재심에서 정직으로 징계수위를 낮추기는 했으나 기자회 제작거부를 주도했던 박성호 기자회장을 해고했다. 이용마 홍보국장(기자)은 재심에서도 해고가 확정됐다. 또, 노조집행부 전원과 보직을 사퇴한 김세용, 최일구 앵커 등 보직자들도 대거 중징계를 받았다.

김 사장 체제에서 해고를 포함해 징계를 당한 직원만 103명에 이른다. 정영하 노조위원장, 강지웅 노조사무처장도 해고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노조집행부는 민·형사상 소송으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으며, 30억원의 가압류까지 당한 상태다.

사측의 강경대응은 오히려 파업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징계자가 속출하자 예능과 드라마 부문에서도 파업 참가자들이 늘어났다. <무한도전>은 14주째 결방되고 있고, <우리 결혼했어요>도 결방되면서 자회사에서 만든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해를 품은 달>과 <무신> 등 인기 드라마가 일시적인 결방사태를 맞기도 했다. 노조는 사측의 징계와 소송에도 현재 1000여 명의 노조원 가운데 770여 명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조도 경영진의 비리를 폭로하는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김 사장이 2년 동안 법인카드를 7억여원이나 썼으며 주말에 특급호텔을 이용하고 명품가방, 보석, 여성화장품 구입 등 사용처가 불분명한 법인카드 내역이 공개됐다.

노조는 또, 김 사장이 지역MBC 사장 시절부터 재일교포 무용가 J씨에게 과다한 특혜를 제공해왔다며 배임 혐의로 김 사장을 고발해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노조는 김 사장이 J씨의 친 오빠와 중국 지사장 계약을 맺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100일째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도 방송 필수 인력과 경영부문 노조원 일부를 제외한 노조원 상당수가 업무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MBC 내부의 김재철 사장 체제에 대한 거부감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한 중견급 간부는 “보직간부들이 사퇴하고 김 사장과 일을 해온 MBC 고참 선배들까지 사장실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인 것은 내부에서 이미 김 사장을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사교양국 PD는 “맞벌이를 하는 사람은 형편이 그나마 낫지만 일부 조합원 중에는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아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도 늘고 있다”며 “하지만 사정이 그런데도 파업을 끝내고 올라가자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파업 장기화로 피로가 누적되면서 노조가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김 사장이 파업을 주도한 시사교양국을 폐지하고 라디오본부를 축소하는 조직개편과 직할 통제체제를 단행하자 이런 목소리가 아예 사라졌다는 전언이다.

사측은 8일 파업 100일을 맞아 “노조는 사장 흠집 내기를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노조는 7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정영하 위원장은 “이제는 김 사장 퇴진투쟁이 아니다. 낙하산을 내려 보낸 정권과의 투쟁”이라고 밝혔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언론광고학부)는 “MBC 파업은 이제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국면을 지나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결단해야 풀 수 있는 형국으로 가고 있다”며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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