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6일 오전 미래저축은행을 비롯한 솔로몬, 한국, 한주저축은행 등 4개 저축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6개월간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김석동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1년4개월여 만에 자산 규모 1~5위를 포함해 20개 저축은행이 문을 닫게 됐다. 이번이 3차 구조조정 조치다.

4개 저축은행의 예금자는 37만4400명, 예금은 7조4400만 원에 이르기 때문에 이번 결과를 본 예금자들이 불안감을 느껴 은행에 몰리는 인출 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금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지만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은행 영업자본금 200억 원을 인출해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지난 3일 붙잡혔다. 검찰은 4개 저축은행 경영진과 대주주 등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의 고발장이 접수되는 대로 비리 혐의에 대한 본격 수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 같은 ‘막장’ 저축은행을 키운 금융당국의 그동안의 조치가 합당했는지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저축은행측의 불법, 탈법, 모럴해저드 뿐 아니라 감독당국의 묵인 여부에 대한 엄정한 수사도 촉구받고 있다. 참여연대 등은 오늘 11시 여의도 금융위 앞에서 저축은행 사태를 초래한 금융당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다음은 7일자 경제신문 머리기사다.

매일경제 <예보기금 바닥…또 혈세로 부실 메울판>
머니투데이 <‘반값 이동통신’ 6월 혈투>
서울경제 <저축은행 구조조정 사실상 끝났다>
아주경제 <솔로몬마저…부실저축은행 4곳 영업정지>
파이낸셜뉴스 <탈세 악용 ‘거주자 개념’ 확 바꾼다>
한국경제 <‘막장’ 저축은행장>

경제지를 비롯해 이날 일간지들이 1면에 주로 주목한 사건은 김찬경 미래저축 회장의 밀항 소식이다. 은행장이 이 같은 파렴치한 행보를 보인 것이 이례적인 것이어서 1면에 실상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경향은 1면 기사<미래저축 회장 200억 빼내 밀항 시도>에서 “부실 저축은행 대주주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촌평했다.

저축은행 부실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세계는 1면 기사<부도덕·부실경영 ‘모래성’ 저축은행>에서 “금감원의 검사 결과 한국·미래·한주저축은행은 BIS 자기자본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솔로몬저축은행도 부채가 자산을 초과,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은 또 밀항을 시도한 미래저축은행 회장뿐 아니라 4곳의 대주주와 일부 경영진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들 저축은행 계열사까지도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파이낸셜뉴스는 1면 기사<저축은 ‘뱅크런’ 계열사로 확산 우려>에서 “이들 저축은행 계열사에서 ‘뱅크런(대규모 인출사태)’이 일어날지가 초미의 관심사”라며 “계열 저축은행들이 뱅크런을 맞거나 경영 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추가 퇴출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계열사는 솔로몬 계열의 부산-호남 솔로몬, 한국계열의 진흥-경기-영남저축은행 등 5곳이다. 이들 은행의 자산규모는 지난 2월 말 기준 6조3820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부실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에 세금이 더 투여돼야 한다는 점이다. 매경은 1면 기사<예보기금 바닥…또 혈세로 부실 메울판>에서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추가 투입될 혈세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라며 “예금보험공사가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마련한 저축은행 특별계정이 이미 바닥을 드러낸 데다 이번 대형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막대한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세금 투입에 반발이 일어날 법한데, 정치권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더욱 분통이 터질 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경향은 3면 기사<검찰 수사 핵심 타깃은 ‘미래저축은행’>에 따르면, 미래저축은행은 씨앤케이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고도 신고하지 않아 경고 처분을 받았다. 씨앤케이 사태에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또 미래저축은행은 SK오너 일가의 횡령-배임 사건에도 등장한다.

경향은 “금융당국의 퇴출 저지나 사업 확장 과정에 정-관계 고위층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는지가 주된 수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앞서 저축은행 수사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등을 사법처리했다. 또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도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부실-부도덕한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은 무엇 때문일까.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한겨레는 6면 기사<서민금융 일탈해 몸집 불려…금융당국 관리 또 허점>에서 “잇따른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책임은 서민금융회사라는 역할을 도외시한 채 외형확장에 주력해 온 저축은행들에 있지만, 금융당국 역시 정책과 감독 실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시장 충격에 대한 우려와 총선 등을 고려한 정치적 셈법 때문에 부실 악화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구조조정을 뒤로 미뤘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며 “일종의 ‘폭탄 돌리기’였다는 지적”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또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에 들어갈 국민 세금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어 당시 금융당국의 판단에 대한 책임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진단은 일간지, 경제지, 보수-진보 성향의 언론을 가리지 않고 책임론이 지적됐다. 매일경제는 4면 기사<저축은 상위 10곳중 6곳 문 닫아도…금융당국은 ‘나몰라라’>, 한국경제 4면 기사<솔로몬·한국 ‘PF 한탕주의’에 발목…손놓은 금융당국 화 키워> 등을 통해 금융당국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경향은 사설<저축은행 부실 정리 ‘마무리됐다’ 말할 수 있나>에서 “무엇보다도 금융위가 파장 최소화에 신경 쓴 나머지 과도하게 느슨한 잣대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퇴출 대상을 줄이기 위해 부실 저축은행을 근본적으로 정리하지 않고 공적자금으로 떠받치고 시간 벌어주는 식의 정책은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다”고 논평했다. 경향은 “저축은행 부실이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부실에 있다”며 “금융당국이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저축은행 경쟁력 키워야 구조조정 마무리>에서 “감독 당국의 역할이 ‘저축은행 사고처리반’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부동산 경기에 의존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에 손대지 못하도록 하고, 본연의 기능인 서민금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논평했다. 동아는 “4개 저축은행 경영진과 대주주의 불법 탈법 및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와 금융당국의 묵인 여부에 대해 검찰의 엄정한 수사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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