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가 일각에서 예측되고 있는 ‘당내 계파 갈등으로 인한 분당 가능성’에 대해 “실제로 분당이라는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유 대표는 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례경선 부정과 관련한 전국운영위원회의의 의사결정에 대해 문답하는 시간에 이처럼 밝혔다. 그는 “분당해야 할 이유도 찾기 어려우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많은 한계와 문제점이 있었지만 선거 끝나자마자 당이 해체되는 것은 민의에 반하고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지난 5일 자정 무렵 극적으로 통과된 ‘대표단과 비례순위 경쟁 명부의 비례 당선자와 후보자 전원 총 사퇴’ 의결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당의 정치적 결정으로, ‘권고’ 사안이다. 따라서 전체 당원과 해당 당선자 및 후보 전원이 수용할 것인지는 향후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국운영위의 의결을 거친 만큼 개별 당선자가 이에 대한 수용을 거부하는 것은 차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고 가게 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비례 경선 당선자 및 후보자들이 무작정 사퇴 의결안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이미 윤금순(1번) 당선자 및 이영희(8번), 나순자(11번), 윤난실(13번) 비례 경선 후보들이 자진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힌 상태이다. 유 대표는 “나머지 경선후보 사퇴문제는 스스로 개별적으로 결단해서 당의 의사결정을 받아들여주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형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으로 비례 경선 당선자 및 후보 14명의 전원 사퇴가 관철된다면 통합진보당의 비례 의원이 6명에서 5명으로  줄어들게 되며, 아울러 19대 국회의원 정원 또한 300명에서 299명으로 줄게 되는 상황이다. 비례직 승계가 가능한 나머지 후보 3명 중 12번에 전략공천된 유 대표가 거부 의사를 확실히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저희가 저지른 잘못들이 국민의 용서를 다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 대표로서의 책임을 지기 위한 의사결정의 결과로서 한 석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것은 저희가 벌을 자청해서 받는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국민들의 투표의 결과로 얻게 된 것인데 그중 일부가 소실되는 것에 대해선 당원들과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사죄를 표했다.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이틀에 걸친 전국운영위원회의가 당권파 소속 당원들의 물리적 저지와 압력 행사로 파행이 거듭된 것에 대해 유 대표는 “앞으로 물리적으로 저지하거나 방해하는 일은 다시는 없길 바란다”며 “이것은 당에도 좋지 않고 본인들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이번 전국운영위회의가 생중계되면서 공개적으로 드러난 당권파의 비상식적인 파행을 두고, 당권파 출신으로 알려진 이석기(비례 2번)·김재연(청년 명부·비례 3번)씨의 당선직을 지키기 위한 세력 행사였다는 비판이 거세다. 유 대표는 이에 대해 “그 동기가 나름대로 당을 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임은 다 이해하지만 정치는 동기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과 결과를 모두 합쳐서 판단하는 것”이라며 “의사결정을 저지하려고 하는 분들의 방법이 적절했는가는 그분들 역시 성찰하고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유 대표는 당권파 세력의 행동을 두고 동기와 계파적 책임을 따지는 것에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서로간의 동기를 문제 삼고 따지기 시작하면 정당활동을 못한다”며 “분열을 초래하며 그것을 따지는 것이 의미 있는 일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 대표는 이어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혁신 과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당이 투명해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일이 무엇 때문에 일어났고 어떤 과정을 통해 진행됐는지는 혁신 비대위를 만들어 사업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제일 주요하게 다뤄야 될 의문”이라며 “제가 (통합진보당에 와서)가장 부족하게 느끼는 것은 투명성이라는 조건”이라고 밝혔다.

누가 당원인지, 당원 명부에 올라있는 이들이 당원이고자 하는 의지가 확실한 이들인지, 당에서 일어난 일들이 당원들에게 충분한 통로로 공유되고 전달되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는 얘기다. 이어 “당의 구조·조직·운영·의사결정·당원들의 의사결집 등 모든 것을 건강하고 합리적으로 해 나가기 위해선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투명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 대표는 또 책임이 막중한 대표 입장으로서 차후 비대위원장과 대표단 자리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따. 유 대표와 이정희 공동대표는 앞서 전국운영위회의에서 차기 중앙위원회의 이후 현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통합진보당은 오는 5월 12일 중앙위원회(의장: 심상정 공동대표)를 개최해 강령, 당헌당규의 제·개정과 혁신비상대책위 인준을 다룰 방침이며, 이에 앞서 다음 주중 전국운영위를 열어 중앙위에 제출될 안건 심의를 거칠 예정이다.

차기 중앙위원회에서 구성될 예정인 혁신비대위는 현재 당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집약하고 당원의 의견 수렴을 거쳐 당헌, 당규제정,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선거시스템 구축 등을 마련해 6월말까지 새 지도부 선출을 마친 뒤 해산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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