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지난해 재일동포 무용가 J씨가 이끄는 무용단을 전주대사습놀이 부대 행사에 출연시키라고 지시하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용가 J씨는 김재철 사장이 MBC 관련 행사 출연을 지시해 출연료를 챙겨주고 뮤지컬 이육사의 기획을 맡겨 10억원 이상의 돈을 몰아줘 MBC 노동조합으로부터 김 사장과 사적 관계에 따른 특혜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J씨 출연 특혜에 이어 J씨의 친오빠까지 'MBC 동북아 3성 대표'라는 자리에 앉히고 월 250만원의 고정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특혜 의혹이 가중됐는데 또다시 J씨 무용단 출연에 고액의 돈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해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MBC 노동조합과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해 J씨가 이끄는 무용단이 전주대사습놀이 부대행사에 출연해 1시간 가량 공연을 하고 4300만원 출연료를 받았다. 해당 액수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의 1회 지휘료가 4200만원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전주MBC 출연료 지급 자료에는 전주MBC가 무용가 J씨의 공연기획사 예빛아트에 4300만원을 지급했는데, 반면 같은 행사에 출연한 출연진들의 출연료는 100만~400만원에 불과했다. 또한 행사 비용은 시중은행으로부터 협찬을 받아 전체 2억 2천만원이 지급됐는데 J씨 측이 받은 출연료는 전체 행사 비용 중 20% 달한 액수다.

노조는 특히 김재철 사장이 원래 없었던 부대행사를 마련하라면서 J씨 무용단을 출연시키라고 직접 지시하고, 출연료도 5천만원으로 지정해줬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전주 MBC 해당 행사 담당자가 김 사장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들은 내용"이라고 전했다.

한겨레도 J씨 무용단에 지급된 비용이 음악, 국악계 사이에서도 이례적으로 높은 금액이라고 지적하면서 "한국 음악계에서 최고 대우를 받고 있는 정명훈씨의 경우 2시간짜리 서울시향 지휘에 4200만원을 받는다. 정씨의 출연료에는 공연 뿐 아니라 며칠간 연습과 리허설까지 포함한 금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ㅈ씨가 출연료로 43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음악계 인사의 말을 전했다.

한겨레는 "중요무형문화재인 안숙선 명창의 경우도 국립단체 공연에서는 1~2시간 기준으로 200~300만원, 외부공연은 같은 기준 500만~1000만원 수준"이라며 "1~2시간 1000~2000만원을 받는 인기 높은 현대무용단 안애순무용단(단원 10명 출연료 포함)보다도 2배 이상 높은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이진숙 MBC 기획조정본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J씨는 최승희 전수자로서 수준이 높아 공연의 유자격자인 것은 맞다"면서도 수천만원 출연료 지급을 김 사장이 지시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황을 알아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MBC 노동조합 정영하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 50여명은 3일 오후  MBC 사장실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잇따른 J씨와 관련된 특혜 의혹에 대해 김재철 사장의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 김재철 사장이 직접 해명하지 않은 이상 특혜 의혹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MBC 노조의 입장이다.

정용하 위원장은 J씨의 친오빠까지 'MBC 동북아 3성 대표' 자리에 앉힌 사실에 대해 "J씨와 무슨 관계길래 그 일가까지 먹여살리느냐"라며 "적절한 사람을 뽑았다고 하는데 사기 횡령 전과가 있고, 기소중지된 사람을 왜 MBC의 돈으로 이 사람을 밀어야 하느냐, 김 사장에게 해명을 들어야겠다"고 성토했다. 정 위원장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망가면 검찰이 기소유지를 해야할 때 내리는 조치가 '기소중지'라며 "해외로 도피한 사람에게 도피 자금을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위원장은 "노조가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제기했지만 이번 건이 제일 쪽팔린다"며 "공영방송 사장이 이번 건에 대해서 함구해도 되느냐? 우리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고 거듭 비난했다.

MBC 노동조합은 기자회견문을 통해서도 "J씨의 오빠는 중국 현지의 교민들조차 고개를 젓는 문제 인사다. 한국에 있을 때는 두 차례나 징역을 살았고, 사기 등의 혐의로 사법기관에 10여 차례나 기소중지를 당한 적이 있는 자"라며 "이런 어처구니없는 자에게 지역 사장 자리를 주고도 김재철과 그의 하수인들은 여전히 뻔뻔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MBC 노동조합은 "MBC 윤리강령에 따르면 MBC 임직원은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어선 안 된다고 적시돼 있다"며 "무용가 J씨의 친오빠를 위해 없던 자리를 만들어 주고 월급을 고정 지급한 것은 상식적으로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친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MBC 노동조합 이용마 홍보국장은 "김 사장이 전주대사습놀이에 출연하는 대가로 4300만원을 지급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노조에 김재철과 J씨 관계와 관련된 갖가지 비리 의혹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재철 사장, 무용가 J씨 출연시켜 줘라’ 기사 관련 정정보도]
미디어오늘은 5월 3일자 사회면 「김재철 사장, ‘무용가 J씨 출연시켜 줘라’ 지시」기사에서 MBC노조의 주장을 인용해, 무용가의 친오빠 J모씨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한 사람이며, 국내 사법기관에 기소중지가 걸려 있는 상태라고 보도했습니다.

사실 확인 결과, 기소중지 사건은 90년대 초반의 고소건에 대한 것으로 현재 검찰에 재기 신청을 한 상태이며, 자유롭게 해외 출입을 해와, 수배자인 것처럼 보도한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