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진 고려대학교와 비정규 교수 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1일 결렬됐다. 핵심인 임금 인상액을 두고 고려대는 3000원 인상안을 내놨지만 비정규 교수 노조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적정 강사료로 제시한 7만 원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고려대 비정규 교수의 시간당 강사료는 5만1800원이다.

양측은 수강인원 축소, 절대평가 전환, 단과대 내 비정규 교수 연구실 및 상담실 설치 등에서 일부 합의를 봤지만 임금 인상액을 두고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 2월 15일에 시작한 고려대 본관(서울 성북구 안암동) 앞 천막농성을 계속할 것으로 밝혀 고려대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2일 전국대학강사노조 고려대분회(분회장 김영곤)는 제8차 교섭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시간당 강사료를 현행 5만1800원에서 1만 원 이상 올릴 것을 요구했으나 이 자리에서 고려대 측은 3000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지난 10년 동안 강사료가 거의 오르지 않았고 지난해 1300원 인상에 그친 점, 고려대가 제시한 5만4800원이 대구대(6만3000원), 성균관대(61500원)에 미치지 못할뿐더러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시한 2012년 적정 강사료 7만 원에 미달하는 점을 들어 거부했다.

김영곤 교수는 2일 기자와 만나 “15분 간 진행된 형식적인 교섭”이라며 “(교섭위원들이) 수차례 ‘자신은 아무 권한도 없이 왔다’고 말한 점을 볼 때 고려대는 이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김병철 총장을 노동부에 고소했고 9일 명순구 교무처장과 대질심문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고려대는 이번 교섭에서 개교기념일(5일)에 천막을 치워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마치 고려대에 아무 문제가 없고, 이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이미지를 꾸미려는 의도 아니냐”며 비판하며 천막 철거를 거부했다.

고려대측 교섭위원인 김도성 고대 교무지원부장은 교섭 결렬에 대해 “공식적인 위치에 있지 않아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성명을 내어 “노조와 성실한 교섭 대신 일단 천막부터 치워보려는 학교 당국의 비겁한 태도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문과대학 학생회는 8일부터 김 교수 등을 강사로 섭외해 ‘0학점 강의’를 개설한다.

신희철 진보신당 성북구 당원협의회 공동위원장은 3일 “노조가 요구안을 대폭 양보했음에도 고려대가 이를 거부한 점을 볼 때 애초 대화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성북 지역 사회운동단체 및 정당들과 공동 성명을 내는 등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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