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파업해, 여기서 뭐하고 있어. 파업이나 하지 뭐하러 나왔어”(50대 여성)

2일 저녁 광우병 촛불시위 4년 만에 청계광장으로 모인 시민들에게 언론과 기자들은 불신과 질시의 대상이었다.

이날 저녁 7시를 전후로 청계광장 왼쪽 인도변에 설치된 ‘광우병 미국 쇠고기 수입중단을 위한 국민촛불집회’ 무대 앞에 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 및 사진기자 등 수십여명이 서서 참가자 촬영을 하자 50대로 보이는 한 여성과 남성이 돌아다니면서 방송사 카메라를 막고 나섰다.

이 여성은 ‘수입중단’이 적힌 손팻말로 KBS와 MBC, YTN 카메라기자의 카메라를 막고 “찍지마, 내려가. 여기서 뭐하는거야. 제대로 보도도 않고 또 왜곡할지 몰라. 안돼”라며 “가서 파업하지 여기 뭐하러 왔냐”라고 거친 불만을 표시했다.

다른 한 남성도 이데일리 머니투데이 영상카메라 기자들을 막으며 “찍지말라”고 제지했다.

집회 첫 순서였던 가수 손병희씨와 이정렬씨도 기자들의 과열 취재경쟁을 비난했다. 손병희씨는 노래 시작 전부터 “여러분의 취재권리도 중요하지만 집회를 즐길 권리도 있다”며 “계속 취재권리만 내세울 것이냐, 앞에 좀 앉아달라”고 비판했다. 옆에 있던 이정렬씨도 “어차피 찍는다고 나오지도 않는데”라며 “완전히 쇠귀에 경읽기구만”이라고 비판했다.

집회 사회를 맡은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공정보도하지 않아 열받지만 그래도 기자들이 취재하는데 협조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방송·언론에 대한 이런 거친 거부감은 최근까지 나타나고 있는 친정부 편향 보도 때문이다.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지금 TV에 나오는자들은 미국 농무부가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서 하고 있고, 이는 다시 조중동과 MBC, KBS의 썩은 기자들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며 “오늘의 허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언론이 장악돼있는 한 진실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도 보장할 수 없다”며 “지금 파업을 하고 있는 언론노동자가 정말 이겨야 한다. 그래야 언론이 바로잡히고, 국민주권과 민주주의를 보장받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강조했고, 이렇게 호소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를 지켜주실 수 있겠습니까”

실제로 이날 촛불집회는 광우병 수입중단을 위한 자리였지만 이명박 정권 동안 나타난 온갖 대한민국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성토장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진짜 언론은 이런 목소리들이라는 자성도 나왔다.

자유발언에 나선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도 광우병 소에 대한 정부와 언론의 거짓말을 낱낱이 폭로했다. 박 국장은 “촛불과 국민, PD수첩이 옳았고, 이명박이 틀렸다”며 “정부는 국민이 알기 어려운 ‘비정형’, ‘검역강화’ 등을 운운하며 국민을 호도하면서 또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국장은 젖소라 미국 광우병 소 발병은 괜찮다는 정부와 일부 언론의 주장에 대해 “2003년 발견된 광우병 소도 젖소이고,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4건의 광우병 소 가운데 2마리가 젖소였다. 일본 광우병 소 36건 중 32건이 젖소였고, 캐나다 18건 중 10건이 젖소였다. 젖소가 오래살기 때문에 광우병에 더 취약하다는 뜻”이라며 “젖소 수입을 안한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30개월 미만의 미국소는 다 수입하는데, 고기에 딱지 붙이는 것도 아닌데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30개월 미만만 수입해서 괜찮다’는 주장도 “거짓말”이라며 “30개월이라는 것 역시 애초에 모든 쇠고기를 수입하려다 국민들의 촛불로 30개월이나마 제한하게 된 것인데, 정부가 이를 근거로 안전하다고 할 자격이 있느냐. 사죄와 반성이나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조사단의 방문 일정에 대해서도 박 국장은 첫날 워싱턴DC(동부), 둘째날 아이오와(중부), 셋째날 캘리포니아 데이브캠퍼스 방문을 한다는데 이것이 관광코스이지 조사일정이라 볼 수 있느냐며 광우병 발생 농장도 방문하지 못하면서 무슨 조사를 하느냐고 비판했다.

전날 농림수산식품부 기자실 브리핑을 통해 이아무개 교수가 사료로 감염되는 ‘정형성’ 광우병이 사라졌다고 한 것에 대해 박 국장은 “다 거짓말”이라며 “지난해 발생 광우병 29건 가운데 26건이 ‘정형’이었고, 3건이 비정형이었으며, 올해는 3건 가운데 2건이 정형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가찰 일”이라며 “전문가 대신 개나 고양이를 데려다 의견을 듣는 게 낫다. 한심한 정부”라고 성토했다.

이밖에도 한 환경운동연합 회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끔찍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지난해 사고이후 엄청난 양의 방사성물질이 공기와 토양(바다)으로 흘러나갔다”며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현 생산물을 수입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일부만 제한했을 뿐 무려 100톤 분량이 수입됐고, 급식과 밥상에 올라왔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과 대만, 쿠웨이트조차 일본산 채소 등을 수입하고, 중국조차 수입금지를 하는데 왜 우리만 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지하철 9호선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 부천시민은 “혈세 거둬 맥쿼리 배만 불리는 민자사업을 진행한 담당공무원은 업무상 배임”이라며 “무엇보다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는 각하 역시 업무상 배임으로 고소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와 함께 반값등록금집회 때문에 벌금폭탄을 맞은 한국대학생연합 학생들, 4·11총선 강남갑 투표함 불법선거 대책위원회 간부,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는 마트에서 판매중지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는 아줌마들, 한우 농가 주인, 전국여성농민회장 등 우리사회에서 신음하고 있는 모든 분야의 서민들이 나와 현 정부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KBS 새노조는 이런 목소리를 지켜보면서 부끄러움을 나타냈다. 새노조는 트위터를 통해 “광우병뿐 아니라 원전, 언론, 맥커리 등 모든 이야기가 터져나오네요”라며 “촛불이 진정한 언론입니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