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낙하산 사장' 퇴진 논란으로 역대 최장기 파업 사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임원들이 자신들의 성과급 챙기기에 급급해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한상혁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MBC 경영진이 아예 막 나가기로 작정한 모양"이라며 "오기의 표현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막무가내식 인사, 조직개편, 임시직 채용 등을 밀어 붙이더니 이제는 자회사까지 손을 뻗쳐 잘나가는 프로그램을 폐지하기까지 했다"고 최근 MBC 사태를 비판했다.

한 이사는 "다들 30년 이상 벌어 먹고 살던 회사일텐데…이렇게 망가뜨리고 뭘 얻고자 하는 것인지 정상적인 사고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들리는 말로는 임원들 다수가 이대로 대선까지 가도 좋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고 한다. 자기 회사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한다면 그런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텐데"라고 덧붙였다.

한 이사는 이어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파업이 90일을 넘어가고 있어 구성원 대다수는 공정방송의 실현을 위해 봉급도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감내하고 있는데 MBC 임원들은 방문진에 대고 성과급 지급해 달라고 요구를 하고 있는 모양"이라며 "작년도 임원성과급 지급에 관한 안건을 올려 처리해달라고 요구하고 몇 몇 임원은 처리를 안해 준다고 불평을 늘어 놓고 있다는 말도 있다"고 밝혔다.

한 이사는 이런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 와중에 돈이나 챙길려고 하는 사람들이 도대체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들인지 모르겠다"고 격한 감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이사가 말한 MBC 임원 성과급은 통상 2월께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결산보고와 함께 방문진 이사회 안건으로 올려 처리해 왔다. 2010년 이전 몇 년 동안은 매출하락으로 임원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았지만 지난 2010년에는 높은 수익을 거두면서 기본급의 100~150% 정도를 성과급으로 임원들에게 지급했다. 평가를 통해 차등지급을 했는데, 당시 상위 임원들은 대략 1500만원 정도를 일시불로 지급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MBC가 사상 최고의 매출을 올려 임원 성과급에 대한 기대도 높은 상황이었다. MBC에 따르면 MBC는 지난해 모든 계열사를 포함해 1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서울 본사만 9000억원 규모에 당기순이익만 800억원 대였다. 때문에 올해에도 상당한 성과급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MBC가 2일로 파업 94일째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 수습에는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임원들이 자신들이 받을 성과급만 챙기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MBC 안팎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MBC 노동조합 관계자는 이에 대해 "후배들은 공정방송 만들겠다고 몇 달째 무임금에 징계까지 감수하며 싸우고 있는데 임원들은 성과급을 달라고 방문진에 요구하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성토했다.

방문진 관계자도 "일부 임원들이 성과급 지급을 안건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한 것은 사실"이라고 관련 내용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방문진 이사들이 월급도 받지 못하고 파업하는 직원도 있는데 임원들이 성과급을 받아가는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정식 안건으로는 올라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