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CJ의 갈등을 두고 시민과 언론은 비판적이다. 특히 언론은 “삼류 저질 막장드라마”(한겨레)라는 다소 불만 섞인 표현이 등장하는가 하면 삼성가 2세들 간 오가는 말을 두고 “자해행위”(조선일보)로 보기도 한다.

삼성에 출입하는 김진철 한겨레 경제부 기자는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 분쟁을 두고 ‘단순한 재산 분쟁’이 아니라 ‘삼성 비자금 특검’으로 촉발돼 그 이면에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 경영권 승계 문제가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소송에서 이맹희씨 쪽이 유리해진다면 이재용 사장이 삼성그룹을 원래 계획대로 승계 받는 데는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형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간 소송의 성격은.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삼성 비자금 특검이다. 당시 특검이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인정해준 데서 시작했다. ‘아버지한테 물려받았다’고 하니까, 다른 형제들이 ‘내 것도 달라고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 쪽에서는 ‘이맹희씨나 이숙희씨도 다 알고 있던 재산’이라고 하지만, 법적으로는 모르고 있었다 해도 별반 문제제기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김용철 변호사가 비자금 폭로를 했는데 그걸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거라고 해명한 것 자체가 이건희 회장과 삼성 쪽의 자충수였다는 지적이 많다. 이밖에도 형제간의 갈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경쟁, 재벌의 속성도 있을 수 있다. 더 나아가면, 범삼성가의 3세 승계와도 무관치 않다고 본다.”

-언론이 놓친 포인트가 있다면.
“포인트를 모르고 놓쳤다기 보다 어쩔 수 없이 놓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번 싸움의 표면은 재벌들의 재산싸움으로 가십에 해당한다. (언론에서) 삼성 비자금 특검과의 관련성을 언급하는 경우는 적다. 아울러 삼성 지배구조의 변화 가능성에 객관적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지만 삼성이 대단히 민감해하는 문제라 기사화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번 소송의 본질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삼성에게는 자신들의 역사와 관련된 것이고, 일반 시민들에게는 한국적 재벌 체제의 탐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갈등의 뿌리를 40여 년 전 66년 사카린 밀수 사건 등에서 찾고 있는데, 왜 이제와서 소송을 건 것일까.
“삼성 비자금 특검 때문에 기회가 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소송을 건 쪽에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검토하고 준비해왔으며, 이건희 회장 쪽에서도 이에 대한 견제 등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맹희씨 소장에 보면, 삼성 쪽에서 CJ에 대한 상속재산을 인정하라는 서류가 온 것으로 돼 있다. 그 전에도 비자금 특검 발표 이후 국세청, 삼성그룹, CJ그룹 등이 물밑에서 다양한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안다.”

-미행 건에 대해 삼성이 먼저 정보를 풀었다는 얘기도 돌았는데.
“이런 틀로 생각하다보면 끝도 없다. 삼성이나 CJ나 물밑에서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기자들이야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적절히 균형 잡힌 시각으로 기사를 쓰면 되겠지만….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막말에 쟁점을 감추려는 의도가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이건희 회장의 막말은 개인적으로는 계산됐는지 모르나, 조직적으로 준비된 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회장 개인의 막말을 제어하지 못한 것은 일종의 ‘CEO 리스크’가 드러난 게 아닌가 싶다. 이 회장이 실제 CEO가 아니라는 점은 더 심각한 문제다.”

-소송 결과에 따라 세습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나.
“이맹희씨 쪽이 유리해진다면, 이재용 사장이 삼성그룹을 원래 계획대로 승계 받는 데는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일만 벌어져도 상징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 만에 하나 경영권 다툼이 붙을 경우, 여론전이 대단히 중요해지는데 그렇게 되면 이재용과 이재현의 경영성과를 놓고 견주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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