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도 팔고 오뎅(어묵)도 내는 길모퉁이 주전부리 가게, 떡볶기에 튀김도 빠지지 않는다. 간판은 거의 ‘스넥’이다. 영희네 스넥, 터미널 스넥, 가고파 스넥 등 어느 길목에서나 마주치는 정다운 그 이름, 배 안고파도 괜히 한번 쯤 들러보고 싶은 곳이다. 요즘엔 작은 트럭을 이용한 ‘스넥카’도 유행이다. 다이어트의 가장 큰 적 중 하나다.

‘깡’이나 ‘땅’과 같은 이름 붙은 과자의 포장지에는 대개 ‘스낵’이라고 적혀있다. 신문에서 이런 종류의 식품을 이를 때도 보통 스낵류(類)라고 한다. 달지 않고, 약간은 허기를 덜 수도 있는 군음식이 스낵이다. 그런데 스넥은 뭐지?

같은 말이다. 영어 단어 snack을 한쪽은 스넥이라고, 건너편은 스낵이라고 하는 것이다. 한글의 외래어표기법에 따르자면 snack[snæk]은 스낵이라고 적는 것이 옳다. 스넥이나 스낵이나, 다를 게 뭐가 있담? 그러나 다르다. 우리말의 [에]와 [애]는 발음이 다르다. 영어 발음기호 [e]와 [æ]의 차이와 비슷하다.

요즘은 일반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방송에 나오는 기자와 아나운서까지도 대부분 이 차이를 모르는 것 같다. 영어도 꽤 잘 하는, 잘나가는 30대 남녀 직장인 두 명씩에게 물어보니 그 차이도 모르고 그런 발음법에 관해 배운 기억이 없다는 대답이다. 대학생들도 마찬가지. 요즘엔 안 배우나? 영어 발음의 차이로 설명하니 그때야 고개를 끄덕인다.

필자, [애]는 ‘입술을 좌우로 길게 벌려 내는 소리’와 같이 중학 때 국어와 고문(古文) 담당 이장수 김암룡 선생님께 배웠다. 못하던 녀석들은, 나도, 대 뿌리 회초리 매를 맞았다. [e]와 [æ]의 차이는 영어 담당 강경규 선생님께 배웠다. 아득한, 그러나 또렷한 기억이다.

영어는 잘하는 그들이지만, ‘내 것’(mine)과 ‘네 것’(yours)의 우리말 소리의 차이를 이들은 설명할 수 없었다. 음가(音價) 즉 ‘소릿값’에 관해 배운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다는 얘기다. 어찌된 일일까? 우리 말글에 관한 자부심들은 크지만 막상 이런 주제에 들어서면 우리의 언어생활은 참 초라하고 부끄럽다.

snack이 ‘스넥’이어서 불편할 바는 없다. 다 알아듣는다. 굳이 가고파 스넥 아주머니에게 간판을 고치라고 얘기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학을 나온 ‘지식인’들도 스넥과 스낵의 소리의 차이를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은 곰곰 생각해 봐야 할 주제다.   

스낵은 ‘간단한 식사’ ‘주전부리’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고, 스낵을 먹는 공간 즉 격식 갖춘 레스토랑이 아닌 가벼운 음식을 먹는 곳이기도 하다. 스낵바나 스낵카운터라고도 부른다.

한글의 외래어표기법은, 말하자면 우리 말글의 기본적인 법칙 중 하나다. 이유나 이론적인 배경이 있어서 ‘스낵’으로 부르자고 했을 터다. 그리고 미국인들의 발음도 [스넥]이 아닌 [스낵]이다. 앞으로 되도록이면 스낵으로 쓰면 혼동하는 일도 없을 것이고, 이런 입질에 오르지도 않을 테니 더 좋지 않을까.
그런데, ‘주전부리 가게’ ‘군음식 천지’ ‘군것질 포차(포장마차)’ ‘군입정 식당’ 따위와 같이 부르면 안 되나? 꼭 스넥 아니면 스낵이라 불러야 하나? 우리말로는 뜻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인가?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미국인들 말로 ‘생활’했지?

<토/막/새/김>
소릿값[음가(音價)]이란 무엇인가? 낱자마다 지니는 소리다. 낱자는 ‘자’와 같이 자음(ㅈ)과 모음(ㅏ)이 모여 이루는 글자 하나다. 영어론 포네틱 밸류(phonetic value). ‘각각의 한자(漢字)에 어떻게 우리말 소릿값을 부여(附與)했는가에 관한 연구’ “낱자 ‘내’와 ‘네’는 뜻도 차이가 있지만 그 소릿값도 다르다”에서처럼 쓰인다. 어떤 국어사전은 ‘발음기관의 기초적 조건에 의한 단위적 작용에 의하여 생기는 성음현상’이라고 기묘하게 풀이한다. 황당(荒唐)하다. 무슨 소리? 필자, 도무지 모르겠다.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 급(急) 연락 요망(要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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