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럽다. 동일한 사안인데도 전문가, 정부, 시민단체 등이 제 각각 다른 주장을 내놓는다. 완전히 상반된 내용이 제기되는 경우도 너무 흔하다.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된 뒤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것이 안전하고 아무 문제없다는 주장과 함께 전면 수입금지가 당연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일반시민들은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헷갈리는 상황이다. 이런 일은 4대강 사업, 한미 FTA 등에서도 나타났다. 해결책은 없을까?

학계와 전문가들이 정답을 내놓게 하는 것이 최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부 학자들도 때로는 일방적인 주장을 펴면서 혼란을 가중시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련 학계가 종합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 모범답안적 견해를 밝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연구 실적과 진행 상황 등을 상세히 알리는 학계의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정치 논리에 오염된 일부 학자들이 엉뚱한 논리를 들먹이고 떠들 때 대다수 학자나 학계가 침묵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학문의 목적이 진실과 행복 추구라면 학계의 적극적 자세는 당연한 것이다. 학계의 노력만이 사회적 혼란과 낭비를 막고 줄일 수 있다.

광우병의 경우 세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고 많은 부분이 아직 규명이 안 된 상태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수의학자들이 서로 상반된 견해를 밝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상반된 견해를 밝히는 두 학자 가운데 누군가 하나는 거짓을 말하면서 학자적 양심을 먹칠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어렵다. 

한쪽은 동물성 사료를 먹는 소가 걸리는 '정형 광우병'은 사라졌고, 늙은 소가 걸리는 '비정형'은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하지만, 한쪽은 캐나다의 광우병 발병 사례를 들며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반박한다<YTN 30일>.

이영순 서울대 수의학과 명예교수는 30일 농림수산식품부 초청으로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광우병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동물성 사료를 먹은 소가 걸리는 정형 광우병은 없어지고, 노화성 돌연변이인 비정형 광우병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으로 치면 노화성 치매와 같은 비정형 광우병은 그만큼 대량 발생 가능성이나 확산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하면서 지난 2003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65건의 비정형 광우병이 발생했고 지난해에는 29건이 확인됐는데 평균 월령이 144개월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캐나다에서 정형 광우병이 발생했다며 정형 광우병이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반박, 일반적인 광우병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은 비과학적인 거의 소설에 가까운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정형 광우병의 감염력이나 병원성은 학계에서 인정하고 있으며 심지어 일반 광우병보다 더 감염력이 강력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수의학계에서 최고의 권위자로 꼽히는 두 교수가 광우병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치면서 광우병 논란은 가라앉기는커녕 기름에 불을 붓듯 더 가열되고 있다.

이번에 미국에서 발생한 비정형 광우병을 둘러싸고 안전성에 대해서도 상반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동물성 사료에 의한 감염이 아닌 비정형 광우병은 주로 노화과정에서 자연 발생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광우병 위험에 노출되지 않아 수입 중단 필요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비정형 광우병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 일본의 23개월짜리 어린 소에서 비정형 광우병이 발생한 사례처럼 발병 원인이 불확실하고 감염력도 약하지 않다는 연구가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상반된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회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면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주장을 펴게 되는 사태로 이어진다. 2일 시민단체 등은 촛불집회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고 정부의 주체적 쇠고기 수입 정책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광우병을 둘러싼 논란을 볼 때 학자는 학문적 중립성, 학자적 양심을 지니고 세계의 관련 학계 전체의 연구 성과나 연구 진행 상황 등을 정확히 알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처럼 미국에서 규명작업이 한창인데도 결론을 제시하면서 안전하다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에 힘을 실어주는 식의 발언을 학자가 하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일이다. 관련학계는 일부 학자들의 부적절한 언급이나 발표 등이 있을 경우 방치하지 말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적극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 시급하다. 그것이 사회적 혼란, 낭비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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