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30일 이충재 편집국장을 사실상 경질했다. 한국일보 내부 구성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내에 먼저 공고되는 일반적인 인사와는 달리 내부 구성원들도 연합뉴스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접했다. 이에 노조는 11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이충재 국장은 지난 2011년 6월 편집국장에 임명된 이래 한국일보 지면의 질을 높였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았다. 이 국장 임명당시 편집국원들은 95%의 지지로 이 국장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한 이 국장의 경질 사유는 경영실적 부진이라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이상석 한국일보 사장은 30일 사원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회사는 최근 아주 우려스러울 정도의 경영수지상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특히 광고매출의 점진적 감소와 협찬 증대 추세 속에서 편집국장 역할론에 대한 논의가 가열돼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국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구원투수의 등단 필요성이 고조되는 시점”이라며 “내 거취를 포함한 인적 쇄신의 필요성 절감하고 (장재구)회장에게 특단의 대책을 건의했고 새로운 진용의 조기 등장이 바람직하다는 것과 사장은 당분간 유임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영부진의 책임을 지고 편집국장이 사임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한국일보의 한 관계자는 “회사 수익이 악화되었다고 경영 쪽 인사가 아닌 편집국장이 경질 당했단 얘기는 듣도 보도 못했다”며 “편집국장이 기업 눈치를 보지 않고 일해와 업계나 광고국 쪽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고 결국 수익악화의 책임을 편집국장에 덤터기 씌운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광고실적 부진으로 편집국장을 경질했다면 이후 한국일보의 편집방침은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 내부 구성원들의 우려다. 한 관계자는 “그 점이 상당히 우려된다”며 “편집국은 신문에 신경 쓰지 말고 비즈니스에 신경 쓰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되었고 우스운 인상을 주게 되겠다”고 한탄했다.

이에 노조는 긴급 대의원대회를 소집했다. 노조원인 한 한국일보 기자는 “현직국장이 성실하고 열심히 해서 대내외적으로 칭찬을 많이 받았는데 경영진이 경영을 제대로 못한 것을 편집국장에 떠넘기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특히 보통 인사가 사내에 공고를 한 뒤 외부에 알리는데 이번에는 연합에 먼저 공고가 나왔다.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 회의가 있지만 국장 경질에 가만있지는 않을 것 같다”며 “내부 구성원들이 아직 잘 모르고 있지만 (아는 사람들은) 거의 패닉상태”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내부에서는 이충재 국장의 연임도 문제없다는 분위기였다”며 “신임국장의 임명투표도 통과가 안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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