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간판 프로그램인 ‘뉴스9’에서 나왔던 내용, 진행자와 기자의 말을 들어보자.

<진행자> 석유비축기지 건설이 30년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안보를 갖게 됐습니다.

<기자> 유조선이 싣고 온 석유는 바다 밑 파이프를 지나 9km 떨어진 비축기지에 저장됩니다. 아파트 3층 높이의 동굴 입구, 거미줄 같은 파이프라인을 300m 이상 지나면 입구가 보입니다. 수직터널로 50미터를 더 내려가면 지하 저장동굴이 있습니다. 아파트 10층 높이에 고속도로 6차선 넓이, 길이 2.2km의 공간으로 석유 650만 배럴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넓이란 가로와 세로의 길이를 곱한(가로×세로) 2차원 개념(槪念)이다. 이 기자는 ‘넓이’란 말을 잘못 썼다. 당연히 넓이 대신 너비 또는 폭(幅)를 써야 했다.

넓이의 단위는 평방미터(㎡) 등이다. 부피는 여기(넓이)에 높이를 곱해(가로×세로×높이) 얻는다. 부피는 그 측정하는 물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단위가 다를 수 있다. 입방미터(㎥), 리터(l)도 쓰이지만 석유(원유)의 경우 배럴(barrel)이 쓰인다. 1배럴은 약 159리터.

너비와 넓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기자들이 이 방송사에도 있고, 다른 언론사에도 적지 않다. 같은 사례가 결코 드물지 않다. 우리 말글을 바르게 써서 시민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야 하는 ‘첨병’(尖兵) 역할이 기자와 아나운서다. 기본의 문제이자 우리 말글에 대한 자세 또는 ‘예의’의 차원에서 보아야 하는 사안이다.

사족(蛇足)을 붙이자면, ‘넓이’와 같이 아마 기업 또는 관청이 만들어 보낸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겠지만, 이 경우 고속도로 6차선 너비가 몇 미터쯤인지를 시청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는 것이 옳았다.

가령 ‘너비는 고속도로 6차선과 같은 몇 미터’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친절한가? 이 기자는 고속도로 1개 차선의 너비가 몇 미터(쯤)인지 아는가? 보도자료를, 시청자를 위해 풀이하지 않고, 그대로 베낀다면 기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기자는 자신이 모르는 단어나 개념을 ‘남이 써 준대로’ 베끼면 안 된다. 알더라도 ‘고객’인 시민의 입장에서 다시 새겨야 한다. 보도자료를 준 이들의 속셈까지도 파악해야 한다. ‘기자’ 직업의 존재 의의(意義)의 출발점일 터다. 그 내용을 풀고, 그것이 독자 또는 시청자와 어떤 관계인지를 톺아주는 것이 기자의 일이다.

아니면, 취재원과 붙어먹는 유착(癒着)이거나 같이 고객을 속이는 협잡(挾雜)이다. 그것도 못 되면 무지(無知)의 연결고리라는 악역(惡役)에 머문다. 사소(些少)하게 볼 수도 있는 사례지만, 너비와 넓이의 무심한 혼용은 이런 통찰(洞察)의 지렛대가 되기도 한다. 요즘 기자 또는 언론인이라는 직함이 부끄러운 이유다. 이런 속내 아는 독자들이 이미 많다.

너비와 넓이를 설명하는데 보도된 지 시간이 좀 지난 ‘석유비축기지’ 뉴스를 활용한 이유다. 다시 확인해 봤지만, 뉴스를 비롯한 KBS의 여러 프로그램에서는 ‘너비’로 써야할 대목에 ‘넓이’를 쓴 경우가 여전히 흔했다. KBS는 실질적인 ‘우리 말글’의 학교다. 자신들도 그렇게 표방(標榜)한다. KBS가 적어도 말글 부문에서는 차원이 달라야 하는 이유다.

 <토/막/새/김>
차원(次元 demension)이 무엇인가? ‘차원이 다르다’처럼 비유적으로 쓰이는 이 말을 물리(학)적으로 톺아보자. 길이(1차원) 넓이(2차원) 부피(3차원)는 공간의 개념들이다. 길이는 선(線), 넓이는 평면(平面), 부피는 입체(立體)로도 풀 수 있다. 여기에 더해진 시간의 개념을 4차원이라 한다. ‘3차원 상태의 이동(移動)’이라고 4차원을 풀기도 한다. 요즘 3G 4G와 같이 스마트폰 마케팅에 쓰이는 세대(世代) 즉 제너레이션(generation)과는 다른 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