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이 미국 쇠고기 안전성을 우려하는 여론에 대해 ‘광우병 괴담’이라고 몰아갔지만, 미국에서 다시 광우병이 발병했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중부지방 목장에서 사육된 젖소 한 마리에서 소 해면상뇌증(BSE)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소 해면상뇌증은 ‘광우병’으로 알려져 있는 질병으로 미국에서는 6년 만에 광우병이 발병했다.

농무부는 “문제의 젖소 사체는 주 당국이 관리하고 있으며, 곧 폐기 처분될 것”이라며 “문제의 젖소에서 추출된 샘플은 농무부 산하 국제수의연구소에서 검사를 거쳤다”고 밝혔다.

미국은 쇠고기 무역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미국 쇠고기 수입국에서는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에 들어오는 모든 미국 쇠고기에 대한 통관절차를 금지할 계획이라고 농림수산식품부 쪽 입장을 보도했다.

롯데마트는 미국 광우병 발병에 따라 한시적으로 미국 쇠고기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도 한시적으로 미국 쇠고기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으며, 다른 대형 유통업체들도 미국 쇠고기 판매 문제에 대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다시 발생함에 따라 ‘괴담’으로 몰고 갔던 보수언론의 보도태도는 다시 한 번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언론은 최근까지도 지면을 통해 미국 쇠고기 안전성을 우려하는 여론에 대해 ‘광우병 괴담’으로 몰아갔다.

동아일보는 4월 20일자 <'괴담 좀비' 되지 않으려면>이라는 칼럼에서 "2008년의 수많은 광우병 괴담도 '같은 생각'만 오가는 인터넷 카페들이 그 산실이었다"면서 "아는 사람이나 유명인의 전언보다는 공신력 있는 언론매체를 신뢰해 주기를 주문하고 싶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31면 <점점 닮아가는 극우와 극좌>라는 칼럼에서도 "좌파가 주도한 2007년 광우병 파동의 진행 양상은 나치 히틀러가 독일국민을 집단 광기로 몰아넣던 과정을 연상케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4월9일자 사설에서도 "2008년 촛불시위 때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려 죽는다는 허무맹랑한 괴담이 수개월간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고 주장했다. 2008년 때부터 보수언론이 주장해온 내용이다.

주목할 부분은 국민이 걱정했던 부분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이 걸린다는 게 아니라 미국의 광우병 위험 쇠고기에 대해 한국정부가 제대로 된 검역주권을 행사해 국민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와 일부 보수언론 등은 미국 쇠고기 안전성 홍보에 집중하는 한편 미국 쇠고기 위험성을 걱정하는 여론을 ‘괴담’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라던 미국산 쇠고기에서 다시 한 번 광우병이 발병함에 따라 국민의 불안감은 커지게 됐다.

한국 정부가 제대로 된 검역을 하고 있는 것인지, 미국산 쇠고기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 한시적으로 미국 쇠고기 판매 중단 결정을 한 것도 이러한 여론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이다.

박주선 의원은 “지난 20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 추가협상결과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부칙 6항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확인될 경우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검역주권 행사를 요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