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서울 세종로, 도곡 지국 등에선 지난 4월 조간 전환과 관련, 구독 중단사태를 막기 위해 기존 독자들에게 벽시계, 주방용품을 선물했다. 신촌, 철산을 비롯한 대부분의 수도권 지역과 청주 운천동 등 지방에선 판촉사원이 가스렌지, 찻상, 체중기, 불판 등의 선물을 들고와 구독을 권유했다. 많게는 2~3만원에서 적게는 5~6천원에 이르는 판촉물이 뿌려진 것이다.

신문무가구독 기간을 감안하면 1년구독료의 절반 가까이를 선물로 주는 셈이다. 도대체 이런식으로 ‘장사’를 해서 신문사가 남는게 있을 지 의문이다. 정기독자 1명을 확보하면 지국은 본사로부터 8천원의 수당을 받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8천원 이상의 선물을 돌리는 지국은 마냥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어처구니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내막을 들여다 보면 엄청난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중앙일보가 올해 3월 판매촉진비로 쏟아부은 돈은 34억원. 지난해 월 평균 수준이 6억대였음을 비교하면 거의 5배가 넘었다.

중앙일보가 이처럼 대규모 물량공세로 나오자 다른 경쟁사도 팔짱만 끼고 있을 수 없었다. 시가 30~40만원을 호가하는 위성방송 수신안테나 제공, 6만원이 넘는 케이블TV 가입료 대납 등 역공세가 취해졌다.

심지어 경향신문의 김승연회장은 지난달 12일 친필로 쓴 문서를 각 지국에 보내 우수지국의 경우 한양유통의 24시간 편의점 겸업권을 주고 2단계로 한화에너지 주유소장직 추천, 3단계로 주유소장직과 24시간 편의점 겸업을 추천하겠다고 나섰다.

문화일보와 세계일보는 이미 오래전부터 여의도, 당산동 등 서울지역과 울산 등 지방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30~40만원을 호가하는 위성방송 수신안테나를 설치해 주겠다며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고 올 2월부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이를 뒤쫓기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황이 이 정도가 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모임’으로부터 제소를 받고 제동을 걸고 나왔지만 출혈경쟁이 어디에서 멈출지 예측할 수 없다. 이미 확전 일로를 달리고 있는 ‘전쟁’을 멈추기에는 신문사들이 너무도 많은 비용을 투자해 놓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이야 당장은 비싼 선물을 받아 좋지만, 그 대가는 그보다 훨씬 비쌀 수 있다. 신문을 끊고 싶어도 마음대로 끊지 못하는 사태가 강건너 불보듯 뻔하게 예상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출혈경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독자들이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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