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SBS 힐링캠프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출연하기로 하기로 했으나 SBS가 돌연 촬영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원순 시장 역시 당적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자 서울시 행정의 수장으로서 충분히 방송 출연 소재가 될 수 있는데도 갑작스럽게 출연이 취소된 것은 윗선에서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박 시장은 오는 25일 사전 인터뷰를 진행하고 5월 2일 방송 녹화을 할 예정이었다. SBS 측과 서울시는 이 같은 출연 일정을 조율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으나 지난 18일 서울시는 SBS 측으로부터 박 시장 출연 방송이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사유는 SBS 내부 사정이라는 것.

서울시 방송협력팀 총괄을 맡고 있는 양연화 홍보협력팀장은 20일 "잘 진행을 하다가 연기하자며 이번에는 못한다는 입장을 통보받았다"면서 "사유는 내부 사정에 의해서 이번에는 출연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출연취소"고 전했다.

현재까지 SBS 힐링캠프에는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대선 주자급 정치인이 출연해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SBS 측은 박 시장이 출연하게 될 경우 다른 단체장 등도 연달아 출연해야 하는 등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예능 프로그램인 힐링캠프가 정치적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면서 출연 취소 배경을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힐링캠프 제작진 최영인 CP(책임프로듀서)는 19일 트윗에서 "박 시장님의 출연을 협의 중, 저희 국장님께서 당적이 있으니 정치인 출연은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고 하시기에 그렇게 되면 힐링캠프의 정치인 비중이 너무 커지게 돼 박 시장님 측의 양해 하에 제작진 차원에서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SBS도 공식 트윗 계정을 통해 "박 시장의 힐링캠프 출연 가능성과 일정을 타진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정치인의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박 시장에 상응하는 다른 정치인 섭외가 원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SBS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누리꾼들은 바쁜 서울시장과 일정까지 잡아놓고 합당한 취소 경위를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SBS를 비판하고 있다.

안준호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박 시장이 출연하면 다른 군수나 지사도 출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윗선의 의견이 나와 취소된 것으로 전해들었다"며 "이를 두고 제작진과 내부적인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힐링캠프 제작진과 경영진의 박원순 서울시장 출연 취소통보를 두고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상재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SBS 다큐PD)은 20일 "소심한 경영진들이 기계적 중립을 요구한 것"이라며 "박 시장이 당적이 있긴 하지만 서울시 행정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을, 야당 출신 서울시장으로 분류해 다른 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을까봐 우려하는 것은 소심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 전 위원장은 정치권의 압박과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의 눈치만 보면 되는데 안타깝다"며 "SBS에서는 지난 4년 동안 내부 감시가 작동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영진이 (박 시장을 출연시켰을 경우) 나중에 문제가 될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기계적 중립을 요구한 것 같다"고 말했다.

SBS의 한 PD는 "이번 연기 통보는 거의 드문 경우에 해당한다. 섭외를 했으면 섭외 한대로 진행하는 게 정상"이라며 "특히 서울시장을 섭외했다면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쳐서 결정했을 것이고, SBS가 밝힌 사유대로 변경될 것 같았으면 애초부터 섭외를 안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BS PD는 "박 시장을 출연시키면 다른 지자체단체장들이 반박할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까지 생각을 안 하고 섭외를 했겠나"라며 "프로그램을 하려고 했는데 경영진 쪽에서 못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BS 제작본부 제작총괄 이창태 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박 시장을 출연시키면 향후에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고 제작진에게 전달했고, 논의를 거쳐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섭외단계에서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보통 사회적 문제가 있는 대상일 경우 섭외문제를 제작총괄쪽으로 보고를 하지만 박 시장 같은 경우 (큰 문제가 없는 인물이라) 제작진 자율로 섭외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국장은 "예를 들어 여당 쪽 당적을 가진 자치 단체들이 가만히 있을까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이 기계적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면서 "박 시장이 당적이 없고 민선시장으로 있다고 하면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