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실위(민주언론실천위원회)보고서는 현직 신문, 방송기자들로 구성된 언론노련 보도비평팀이 매주 보도를 분석, 비평하는 난입니다. 민실위보고서에서는 평면적인 보도비평 뿐 아니라 보도과정도 역추적, 우리언론이 안고 있는 보도의 문제를 심층 분석할 계획입니다.

지자제 선거정국을 맞아 노골화 되고 있는 권력의 언론통제가 대구참사 보도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하철 공사장의 가스폭발로 2백18명의 대구시민이 졸지에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한 대참사를 방송사는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문민정부라는 김영삼 정권은 이를 은폐,축소하기 위해 방송을 통제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방송 3사는 이 대형 참사를 주요 뉴스 프로인 8시뉴스와 9시뉴스시간에 불과 20분안팎의 짧은 시간만을 할애하는가 하면 그나마 절반 이상을 헌혈과 보상,대통령의 지시사항과 국무총리의 대국민사과 등을 보도해 사고의 본질을 왜곡하려 했다.

KBS는 사고당일 ‘1백여명 사망’을 머리기사로 10개의 아이템을 18분4초동안 방송했다. 그러나 4번째 아이템까지만 사고와 직접 관련 있는 내용을 다뤘을 뿐 나머지 6개의 아이템을 헌혈, 보상, 대통령 지시, 국무총리 사과 등 사고수습과 조기봉합으로 몰아갔다.

MBC도 이날 12개의 아이템중 4개를 수습을 위한 홍보성 보도로 채우는 등 KBS와 거의 유사한 화면구성을 보여줬다. SBS도 다를 바 없었다. 방송사 모두 사고현장의 처참한 장면이나 가족들의 절규, 시민들의 항의장면 등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수습에 초점을 맞추는 왜곡을 자행한 것이다. 특히 방송사들은 대통령의 수습지시나 국무총리 사과를 무려 4분 가까이 방송, 사건을 호도하려 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당일 생방송 문제만 하더라도 방송사들은 공보처가 낮방송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둘러댔지만 과거 서해 훼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등 대형참사때 경쟁적으로 종일방송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전혀 설득력이 없다. 공보처는 할말이 더 없다.

공보처는 사고당일 KBS와 MBC의 낮방송 허가 요청을 오전내내 받아들이지 않다가 오후 2시 50분을 전후해 양방송사에 10분동안의 방송만을 허용했다. 공보처는 방송사가 요청하지 않았다는 거짓말도 했다.

이번 보도가 갖는 문제의 본질은 정부와 방송사가 서로의 책임을 회피함으로써 집권당의 위기를 모면시켜 주려는 데 있다. 방송사의 ‘알아서 기기’와 권력의 ‘방송통제’가 지자제 선거를 두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여느때보다 심각성이 더한 것이다. 참고로 KBS와 MBC 두 방송사의 성수대교 붕괴와 대구참사 방송시간량을 비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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