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심각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MBC가 19일 임원급 인사를 단행했다. 사내에서는 김재철 사장 '친위체제 강화'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MBC 내부에서는 온건파 인사들을 외부로 '아웃' 시키고 강경파를 주요 보직에 앉힌 인사라며, 노조와 대화하지 않겠다는 김재철 사장의 의지가 담긴 인사라는 평가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인사 발령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 사장의 측근이 주요 임원으로 영전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변인을 맡아 회사 쪽 입장을 옹호해 왔던 이진숙 홍보국장은 이번 인사에서 기획조정본부장으로 승진했다. 계열사 사장은 있었지만 MBC 본사에서 여성 임원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국장은 여성 종군 기자로 MBC 보도국 안에서 신망이 두터웠지만, 사측 대변인 역할을 맡으면서 파업 중인 동료 선·후배들을 징계하는 논리를 만드는데 앞장서 기자회원 자격을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이런 공로를 인정해 파격적인 승진인사를 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지난해 논란 속에 안광한 부사장,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이 국장까지 기조본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주요 보직 대부분을 '김 사장의 사람들'이 차지하는 모양새가 됐다.

안 부사장은 당시 시사교양프로그램인 <후 플러스>와 의 폐지를 강행하고 4대강 편 불방 사태를 초래한 MBC의 공영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 인물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백 본부장도 공영방송 후퇴, 노조를 탄압한 대표적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이들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이번 인사에서 강경파인 조규승 기획조정본부 부국장을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승진시킨 것 역시 이번 인사가 '친정 체제 강화'로 읽히는 대목이다.

반면, MBC 내부에서 '비둘기파'로 꼽혔던 차경호 기획조정본부장, 고민철 경영지원본부장은 각각 대구MBC와 원주MBC 사장으로 발령받았다. 겉으로는 사장으로 승진한 모양새지만 모두 지역으로 밀려났다는 것이 내부의 평가다.

이번 인사에서 전영배 전 보도본부장의 인사도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전 보도본부장은 지난 2009년 보도국장 재직 시절 신경민 전 뉴스데스크 앵커의 해임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노조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MBC 뉴스 본연의 기능을 해치는 데 앞장선 대표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린 인사다.

김재철 사장은 전 전 본부장을 MBC 계열사인 C&I 사장으로 임명했다. 일각에서는 기자사회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그가 본사를 떠나는 것만으로도 김 사장이 기자들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전 본부장이 김 사장과 함께 초기 MBC 지배체제를 구축해 온 황희만 C&I 대표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앉았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평소 소원대로 서울에 남게 된 것만해도 상당한 배려를 받은 것이라는 얘기다.

MBC 보도국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온건한 인사들을 몰아내고 충성파들로 임원진을 채운 친위체제 강화 인사로 보면 틀림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사교양국과 보도제작국을 통합해 기자와 PD 구분을 없애는 조직개편 얘기도 나오고 있다"며 "노조와 협상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지금과 같이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김재철 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고 평가했다.

한편, 김재철 사장은 18일 현안보고를 위해 출석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임원 인사 승인을 요구해 여권 방문진 이사들로부터 절차를 무시한 행동이라며 강한 질책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한 이사는 볼펜을 집어 던졌다는 얘기까지 흘러 나온다. 임원 인사는 사전에 방문진 이사회 정식 안건으로 올려 처리해야 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여권 방문진 이사들은 19일 인사안을 처리했다.

다음은 이날 방송문화진흥회가 승인한 MBC 임원 인사 내용이다.

이진숙 기조본부장 / 조규승 경영지원본부장 / 방성근 예능본부장 / 차경호(대구MBC 사장) / 고민철(원주MBC 사장) / 최진용(제주MBC 사장) / 정경수(MBC 경남 사장) / 김종국(대전MBC 사장) / 전성진(전주 MBC 사장) / 전영배(MBC C&I 사장) / 안우정(MBC 플러스 사장) / 안현덕(MBC 아메리카 사장)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