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에서>는 <미디어 오늘> 편집위원들이 돌아가며 집필합니다. 매주 주요 언론관심사를 다룰 예정입니다. -편집자

‘기자와 개는 출입금지’5공정권 말기에 일부 대학 학생회 사무실과 재야단체 사무실 문앞에 나붙어 있던 문구다. 군부독재정권의 가혹한 폭정을 파헤치기는 커녕 민초들의 민주화운동을 ‘법질서 문란’으로 호도하던 언론인들이 개와 동등대우를 당하던 시절의 삽화다.

언론의 왜곡보도가 당연시되고 편집간부들의 충성경쟁이 부끄럼없이 자행되던 그 시절, 나름대로의 뜻을 갖고 쟁이노릇을 시작한 필자는 취재현장에서 번번히 개취급을 당해야 했다. 울산의 어느 노동쟁의 현장에서는 취재수첩을 빼앗기고 몰매를 맞을 뻔 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기자직에 회의가 들었지만 마약과도 같은 ‘폭음’과 ‘선배들의 위로’에 마음을 추스리곤 했다. 정말 매일 매일이 고통의 나날이었다. 취재현장에서 며칠씩 날밤을 새고 식사를 거르는 등의 육체적 고통은 차라리 견딜만 했다.

모순도 곪으면 터지는 법. 87년 6월 항쟁 덕분에 언론사에도 노동조합이 생기고 언론관계법도 다소 정비되는 등 언론자유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언론학 책갈피에서 잠자던 ‘편집권독립’이 노사간 협상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조직력이 뛰어난 일부 언론사는 상당수준의 제도적 장치도 쟁취해냈다.

이른바 문민시대라는 김영삼정부에 들어서서는 그 위세가 등등해진 ‘재벌’과 함께 ‘제4의 권부’로까지 언론의 위상이 무시무시해졌다. 처음 기자생활을 시작할 때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겉과는 달리 언론계 내부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아직도 정부는 고도로 세련되고 조직적인 방법으로 보도통제하고 있으며 한때 욱일승천하던 기자와 PD들의 ‘민실위, 공방위’ 활동도 다시 시들해졌다. 대구 지하철 가스폭발사고 보도에서 보여지듯 ‘관언유착’이 더 고착화되고 있다.

언론계가 다시 ‘개집(犬舍)’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바로 이런때 <미디어오늘>이 오늘 출범한다. 언론노동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으로 만들어지는 <미디어오늘>은 언론인이 개가 되지 않으려는 마지막 몸부림이다. 국민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질책을 기대한다. 개가 된 언론의 주인도 결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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