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매거진 2580>은 기자가 만드는 시사프로그램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시사적이지 못하다는 일부의 지적을 받아왔다. 무엇보다 소재의 다양화가 절실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을 때 한 조선회사 노동조합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내용은 조선소 안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산업재해에 관한 것이었다. 해마다 봄이 되면 노동자 투쟁의 화약고로 불리는 조선소. <시사매거진 2580>팀은 카메라를 둘러메고 그 현장에 뛰어들었다.

조선소 산업재해 문제는 취재를 시작하면서부터 나타났다. 한진중공업만이 취재를 허용했을 뿐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은 완강하게 취재를 방해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회사 안에 있는 노동조합을 방문하는 것조차 2백여명의 직원을 동원해서 막았다. 취재진은 산재실태에 대한 회사측의 입장도 균형있게 다루려 했지만 회사측은 최소한의 반론권조차 행사하지 못할 만큼 궁색했던 것이다. 그래서 상당부분은 노동조합이 제시한 자료화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한진중공업에서 취재한 조선사업장은 곳곳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는 산업재해의 전시장이었다. 난청을 유발시킬 수 있는 1백db이 넘는 기계음 속의 작업장은 정리가 안된 채 산만했다. 10층에서 15층 높이의 배를 건조하려면 고공작업이 주로 이뤄지는데 기자가 올라간 족장은 두개의 족장 사이가 20cm 정도나 떨어져 있어서 그냥 서있기에도 아찔했다. 게다가 안전망은 부실하고 그나마 제대로 쳐져있지 않은 곳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시사매거진 2580>팀이 조선소 산재 실태를 취재하면서 내린 결론은 신경영의 바람속에서 조선회사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인간 존중의 정신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일본과 함께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지만 산재율은 6배이상 높다. 그 이유는 일본은 안전에 대한 규정을 지키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올들어서만도 지난 4월까지 모두 36명의 노동자가 조선소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일주일에 2명 꼴로 죽어간 셈이다.

5월 14일에 방영될 <시사매거진 2580> ‘죽음의 조선소’편도 과연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생산성 향상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기로 했다. 인간의 생명은 생산성이나 경제성과 맞바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환기를 맞이한 <시사매거진 2580>이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기획한 ‘죽음의 조선소’편은 경제성장의 광풍 속에서 안전의 무풍지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산업윤리란 무엇인지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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