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가 정수재단 비판기사를 신문에 실은 이정호 편집국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총선이 끝나자마자 정수재단 사회환원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한 편집국장을 징계하려는 배경에는 대선과 관련된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부산일보는 18일 오전 11시 이 국장에 대한 징계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기사의 편향성 불만으로 절독이 지속돼 공정한 신문제작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회사 쪽의 입장이다. 회사는 또, 이 국장이 재단이 임명한 신임 사장을 사장지명자라고 폄훼한 것도 징계사유라고 밝혔다.

내부에서는 회사가 정직이나 대기발령 이상의 중징계를 내려 정수재단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이 국장을 편집국장직에서 강제로 끌어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부산일보는 지난해 11월 정수재단의 사회환원과 부산일보 독립을 요구해온 이호진 노조위원장을 해고하고, 지면에서 정수재단 기사 삭제 지시를 따르지 않은 이 국장에게는 대기발령을 내린 바 있다.

중징계 조짐은 징계위 구성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부산일보는 단체협약은 노조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며 이 국장을 사규에 따라 회사쪽 인사로만 꾸려진 '포상징계위'에서 징계하겠다고 통보했다. 노조를 징계 논의에서 빼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와 관련해 사측의 편집국장 징계 시도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측근이 이사장으로 있는 정수재단의 의중이 담긴 '정치적 징계'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회사가 지난해 11월 이 국장을 대기발령까지 냈지만 법원이 효력이 없다고 인정해 국장직을 지금까지 유지해 왔는데, 총선이 끝나자마자 5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회사가 다시 징계를 서두르는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노조는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걸림돌이 될만한 인물을 사전에 정리하는 작업의 일환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부산일보는 총선에 미칠 수 있는 파장을 고려해 징계를 미뤄왔던 것일 뿐 정수재단과는 무관하다고 노조의 주장을 일축했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 스스로 이번 징계가 보도 방향과 경영진에 대한 비협조에 따른 것을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서 재단 쪽에서 어떤 식으로든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국장 역시 "회사가 재단 관련 기사에 가장 민감해 했다"고 노조 등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국장은 회사 방침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이번 징계위에 참석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노조도 그동안 간부사원과 임원급 사원을 징계할 때도 노사가 참여하는 단협을 적용했는데 이번에는 사측 인사만 참여하는 '포상징계위'를 소집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정수재단은 부산일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대주주로 사장 선임권을 갖고 부산일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부산일보 편집국장 선출은 편집국 기자들이 선거를 통해 1~3위가 결정되면 사장이 이들 중 한 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통상적으로 1위 후보가 국장이 됐으며, 이 국장 또한 이런 절차에 따라 지난 2010년 12월 편집국장에 임명됐다. 이 국장의 임기는 올해 12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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